시민신문고위·노사민정 화백회의등
정부혁신 비전 실현하는 정책 펼쳐

▲ 심정은 울산시 정책기획관실 사무관

혁신(革新)이란 동물의 껍질을 벗겨 무두질하여 ‘쓸모 있는’ 가죽(革)으로 새롭게(新)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통상 혁신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벗겨 잘 다듬어 새롭게 하는 것을 이르며, 더 나아가 정부혁신이라 함은 낡은 국정 운영방식을 공공의 이익 증진과 공동체의 발전이라는 ‘쓸모 있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올해 3월, 문재인 정부는 정부혁신 종합 추진계획을 수립·발표하면서 ‘국민이 주인인 정부의 실현’을 비전으로 삼았다. 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참여와 신뢰를 통한 공공성 회복’을 목표로 3대 전략과 7대 핵심과제를 선정하여 OECD 더 나은 삶의 질 지수 10위권, 부패인식지수 20위권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시는 그동안 지방혁신을 통해 2017년 공공기관 청렴도 특·광역시 부문 1위, 지방규제개혁 추진실적 특·광역시 부문 3년 연속 최우수 선정 등 나름의 성과를 이루었다. 그러나 여전히 일하는 방식이나 조직문화 개선 등 지속적인 행정 혁신을 요구하는 시민의 목소리에 부응하는 데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최근 울산시는 정부혁신 비전의 큰 틀 아래 여러 행정 혁신 정책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고자 한다.

먼저 민선 7기의 1호 결재업무인 ‘시민신문고위원회’가 그 대표주자다. 신문고는 조선시대에 원통하고 억울한 일을 당했으나 이를 해결하지 못한 자를 위해 대궐에 북을 달아 소원(訴寃)을 알리게 하던 것으로 대표적인 민의상달 제도였다.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하게 될 시민신문고위원회는 시민 중심의 시정으로서 부조리 사항 등에 대한 감사, 반복되는 고충과 고질적인 민원 처리를 통해 시민들이 원하는 공정하고 깨끗한 공직사회라는 ‘쓸모 있는’ 방향으로 변모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 번째는 노사민정 화백회의이다. 노사 문제는 그 어느 분야보다 무두질 작업이 절실한 곳이다. 울산은 대한민국의 산업수도로서 노사관계와 일자리 문제 등 고용노동 행정에 대한 수요가 많을 뿐더러 노동시장도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역이다. 동시에 국내 노사관계의 바로미터가 될 만큼 그 중요성이 큰 지역이기도 하다. 최근 산업·기업 구조조정과 맞물려 일자리 및 경기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단기에 해결방안을 찾기 어려운 노동문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세 번째는 행사 간소화 기준 정립이다. 시는 종전의 권위적이고 관행적인 내빈 위주의 행사에서 탈피하여 시민 중심의 행사를 정착·확산시키기 위해 공연·관람행사 시 4無 원칙에 따라 초청장, 지정좌석, 내빈소개 및 인사, 축사 등을 생략하기로 하였다. 앞으로 간결하고 내실 있는 행사를 통해 시민 주권 시대가 어떻게 정착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마지막 하나는 울산을 넘어선 초광역 행정 모델 구축으로 해오름동맹(울산·경주·포항)과 동남권(부울경) 상생협약이 그것이다. 민선 6기부터 이어진 해오름동맹 상생협의회는 지난 8월16일 제2차 상생협약 체결을 통해 광역행정협의체를 지속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울산, 부산, 경남 세 지역의 연합인 동남권 상생협약 역시 지역 간 갈등과 균열을 뛰어넘어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이라는 공동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는 외연확장을 통한 울산 발전이라는 새로운 혁신의 시작이 될 것이다.

옛 것을 버리고 새 것을 취하는 과정에는 반드시 고통이 따른다. 어떤 것이 쓸모 있는 방향인지에 대해서도 하나의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가죽을 벗기고 두드리고 말리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정부혁신은 여러모로 어렵고 더딜 수밖에 없다. 중간에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혁신에 대한 의지와 혁신을 바라는 절실함이다. 이 마음가짐으로 한걸음씩 천천히 나아간다면 끝은 우리가 바라는 혁신의 길일 것이다.

심정은 울산시 정책기획관실 사무관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