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중 경제부 차장

며칠전 울산지역 주요 수출기업체들과 항만 업체에 한통의 편지가 배달됐다. 발신자는 울산시장. 송철호 시장이 지역업체 415곳과 화주물류협의회 회원사 38곳, 선사대리점 31곳 등 총 485곳에 화물 수출입 시 울산항을 이용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문을 발송한 것이다. 송 시장은 ‘울산항 이용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서한문을 지역 주요 항만업체들에게 보내,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산업구조 특성상 수출입화물의 99%가 항만을 통해 처리될 정도로 국가 경제와 항만은 불가분의 관계로 여겨지고 있다”고 운을 뗐다. 지역 화물의 상당 부분이 항로와 항차 수 등 항만 인프라가 부족해 부산항 등 다른 항만에서 처리되고 있는데, 울산항에서 처리할 수 있는 화물은 최우선으로 지역 항만을 이용해 달라는 협조사항도 첨부됐다. 애로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알려주면 관련 기관과 협력해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이 서한문 발송 뿐 아니라 송 시장이 민선 7기 출범과 동시에 울산항 챙기기에 주력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송 시장이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울산항은 산업수도 울산의 동맥과도 같은 기능을 한다. 다시 말해 울산항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각종 지표에 빨간불이 켜지면 울산경제 전체에 암울한 기운이 번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울산항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올 1월부터 7월까지 누계 물동량은 1년전에 비해 2.9%나 감소했다. 경기침체의 영향속에서도 차츰 회복세를 보이던 일반화물(2018년도 7월) 마저 하락세로 돌아섰다. 울산의 미래먹거리로 인식되고 있는 울산항 오일허브 사업(1단계)은 1년째 가동조차 못하고 개점휴업 사태를 맞고 있다.

오일허브 전체 사업에 대한 국내외 이미지 추락은 물론 사업 전반에 대한 경쟁력 약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왜 투자자들이 울산항 오일허브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지, 또 지역 수출기업체들이 왜 웃돈을 들여서까지 울산항이 아닌 타 항만을 이용하는지, 그리고 지역 기업체들의 수출물량이 왜 자꾸 감소하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작업이 필요하다. 이 작업이 송 시장이 보낸 서한문의 해결열쇠를 푸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항만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울산시에는 ‘수산은 있고 항만은 없다’는 농이 자주 오간다. 해양과 항만의 업무와 행정을 항만공사와 울산지방해양수산청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울산시도 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로 항만개발, 선석확충, 물동량 유치와 같은 항만정책에서부터 부가가치를 높이는 토털서비스 구축에 힘을 보태야 한다. 울산 바다를 활용한 해상풍력과 울산항을 북방경제물류의 중심항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는 울산시로서는 더욱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한다.

LNG 벙커링 사업 등 몇몇 주요 항만정책을 바라보는 울산시와 울산항만당국간 시각차를 줄이는 방안도 이해당사자들 스스로 풀어야할 과제중 하나다. 그만큼 육지행정과 바다행정을 아우를 수 있는 항만당국과의 협조체제 구축도 시급하다. “울산항을 이용해 기업운영에 큰 도움이 됐다” “시가 앞장서 항만개발 등 도시 비전을 업그레이드 시켜 산업수도 울산을 살찌우는 울산항이 됐다”는 내용으로 울산수출기업들과 항만업체들의 이름이 담긴 편지가 울산시장 앞으로 발송되는 장면은 너무 큰 기대감일까. 송 시장의 울산항 챙기기가 생색내기가 아닌 지속성을 갖고 성과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이형중 경제부 차장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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