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론 실현불가능 정책
국민 재산 담보한 정책실험 불가
치열한 논쟁·협치 이뤄지길 기대

▲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국제관계학

3일 본회의를 시작으로 정기국회 100일 여정의 막이 올랐다. 20대 국회 후반기 첫 정기국회이자 각 정당의 지휘부가 개편되고 난 이후 처음 열리는 예산국회로, 소득주도성장 등 현 정부의 경제정책 성과를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열리게 된다. 이번 정기국회는 혁신성장, 민생경제, 남북관계 등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입법이 필요한 상황에서 열리기 때문에 다수파가 없는 현 국회상황에서는 협치의 정신이 발휘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정부·여당 스스로 ‘수퍼 예산’이라고 칭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470조5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다루게 될 국회를 향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이 보이는 태도는 여러 가지로 문제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은 우리사회가 전환기인 만큼 ‘적폐청산’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아니 정기국회를 앞두고 야당을 향해 겁박하는 모양새가 아닌가. 정기국회가 예산국회이니 만큼 정부·여당이 예산에 대한 국회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국정은 낭패를 보게 된다.

또한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논란도 문제를 키울 수 있다. 사실 임금주도성장이라면 그래도 설명이 가능하지만 소득주도성장이라고 하면 마치 좌파이론가들이 주장하는 소위 ‘계급투쟁’이라는 용어처럼, 그 개념에는 경계가 없어지게 된다. 또한 전 정부에서의 ‘창조경제’와 같이 대통령을 비롯해 그 용어를 설명하는 여권 정치인들마다 내용이 다르다. 다만 이구동성으로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을 올려서 소비를 진작하고 이를 성장 선순환의 고리로 삼으면 ‘누구나 다 잘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강변한다. 흙을 파서 이를 식량으로, 석유로 옷감을 만들 수 있다면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현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모든 것이 다 잘될 것으로 생각했던 것처럼 보인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많은 근로자들이 해고당할 것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지식인들과 언론이 지적하였지만 막무가내였다. 결과는 참담했다. 1950년대 스웨덴에서도 그러했다. 그 어느 나라에서도 시장이 작동하는 한 그럴 수밖에 없다.

임금주도성장 또는 소득주도성장이 가능하기 위한 조건들이 있다. 우선 폐쇄경제에서 전쟁이나 대공황처럼 국가위기 시 정부 밖에는 유력한 시장행위자가 없는 경우, 임금인상시도가 없다면 혹시 또 모른다. 대외부문에 경제의 80% 정도를 의존할 수밖에 없고 민주노총이 매년 강력한 임금투쟁을 하는 나라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정책이다.

그런데 고용에 관한 성적이 형편없이 나오자 이번에는 소득주도성장이 전반적으로는 잘 가고 있는데 통계청에서 작성한 통계가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더 가열차게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변하기도 한다. 그리고 청와대 정책실장은 부분적으로 잘 안되는 내용도 연말까지 시간을 주면 다 잘 해내겠다고 한다. 심지어 지난 정부에서 잘못해 경제정책의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유력한 정치인도 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성장과 수출을 빼면 6% 이상 역성장을 할 수밖에 없는 결과는 누구의 책임인가? 또한 자영업자들의 절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정책편식증’에 빠져서는 고용을 늘릴 수 없다. 예컨대 4대강 지류 정비사업이나 주택공급을 위한 건설사업 등은 많은 고용을 유발할 수 있다. 지난 정부의 적폐적 토목중심 사업이라서 제외한다면 그것도 코메디이다.

현실을 인정하면 해법은 보인다. 보이는 해법을 외면하고 이념적 노선에 매몰되는 길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담보로 한 정책 실험은 온당치 않다. 이번 정기국회 중 치열한 논쟁과 치밀한 협치가 이루지기를 기대한다.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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