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선임기자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서시(序詩)’윤동주

윤동주는 괴로웠다. 스스로 한 그 ‘맹세’가 길고 험난한 고난의 가시밭길 끝에 있음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잎새 하나의 미동에도 괴로워했다. 바람이 맹세를 송두리째 흔들어버리지 않을까, 혹 스스로 맹세를 저버리지 않을까…. 맹자의 ‘군자삼락(君子三樂)’중 두번째는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仰不愧於天), 굽어보아도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다(俯不怍於人). 괴로움의 끝에서 윤동주의 맹세는 ‘기도’가 되고 ‘별’이 됐다.

윤동주의 시 ‘서시(序詩)’는 1941년 11월 창작됐지만 1948년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국어사전에 ‘서시(序詩)’는 시집의 머리말에 해당하는 시(詩)라고 나온다. ‘서시’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서시이자 ‘윤동주 인생’의 서시이다.

이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저녁에’김광섭
 

▲ 만원권 뒷면의 배경그림 세계 최고(最古) 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국보 228호).

1969년 발표된 김광섭의 시 ‘저녁에’는 ‘나는 누굴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김광섭에게 별은 ‘절대고독’이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존재이면서 아침이면 사라질 수밖에 없는 별, 우리들은 광활한 우주 속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1970년 서양화가 김환기는 시의 마지막 구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제목으로 그림을 그렸다. 1980년 가수 유심초는 시 ‘저녁에’를 인용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노래를 발표, 큰 인기를 끌었다.

영어단어 ‘consider(숙고하다)’는 라틴어 com(=with)과 sidus(=star)로 만들어졌다. ‘함께 별 점을 치면서 생각한다’는 뜻이다.

별은 기도요, 꿈이요, 소망이다. 서로 바라보는 그대가 별이다. 이재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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