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김인권·최우식 출연
모처럼 나온 괴수물에 눈길
액션·볼거리까지 고루 갖춰

▲ 조선왕조 중종실록에 기록된 괴이한 짐승을 모티브로 한 영화 ‘물괴’가 오는 12일 개봉한다.

한국영화계에서 괴수영화 장르는 사실상 불모지에 가깝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이 한국 괴수물의 새 장을 연 이후 ‘디워’(2007), ‘차우’(2009), ‘7광구’(2011) 등이 명맥을 이었지만,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킹콩, 고질라 같은 해외 괴수물에 익숙해진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수준 높은 기술력과 많은 제작비가 필요한 탓이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물괴’(허종호 감독)는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모처럼 나온 괴수영화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사극판 괴수 영화라는 혼합 장르에 액션과 유머, 볼거리 등을 고루 갖춰 상업영화로서 본분은 하는 편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가장 먼저 출격하는 것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뒷받침된 듯 보인다.

배경은 중종 22년. 산 곳곳에서 사지가 절단되고, 역병에 걸린 사체가 잇따라 발견된다. 도성에는 기이한 괴물 ‘물괴’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고, 공포에 질린 백성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진다.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중종은 반정 주도 세력인 영의정 심운(이경영)이 자신의 자리를 흔들기 위해 퍼뜨린 계략으로 의심한다.

이에 그동안 초야에 묻혀 지내던 옛 내금위장 윤겸(김명민)을 불러 물괴의 출현이 사실인지 추적하도록 한다. 윤겸과 그의 오른팔 성한(김인권), 외동딸 명(이혜리), 왕이 보낸 허 선전관(최우식)이 팀을 이뤄 물괴를 쫓는다.

극은 제법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초반에는 살육의 주범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다가 괴수가 등장하는 중반부터는 추격 액션 장르로 전환해 정신없이 내달린다.

총제작비 125억원이 투입된 이 작품 주인공은 역시 괴수다. 영화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생기기는 삽살개 같고, 크기는 망아지 같은 것’ ‘머리가 둘에 눈이 넷인 암퇘지’ 등으로 괴수가 묘사됐다. 제작진은 이런 기록을 토대로 전설의 동물인 해태의 형상에서 물괴의 모습을 발전시켰다고 한다.

극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음침한 편인데, 분위기를 띄우는 것은 주인공들이다. 김명민, 김인권의 활약은 ‘조선명탐정’의 김명민, 오달수 콤비를 떠올리게 한다. 이혜리와 최우식도 짝을 이뤄 활력을 불어넣으며 제몫을 한다.

그러나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뒷심을 잃고 서사와 캐릭터들이 급격히 무너지고 만다. 왕을 비롯해 ‘괴수로 왕을 잡으려는’ 심운, 심운의 오른팔 진용(박성웅) 그리고 백성들까지, 이들의 행동은 괴수의 등장과 함께 공감 궤도를 이탈해버린다.

의욕이 너무 앞선 대목도 많다. 피가 흥건한 괴수의 살육 현장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세히 보여준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