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립미술관 건립과 관련한 ‘공론화’ 결과가 4일 발표됐다. 미술관 건립을 위한 시공사 선정입찰을 전격 중단한지 2개월만이다. 송철호 울산시장의 발표에 따르면 공론화의 성과는 “시립미술관 건립지 인근 기존 중부도서관 건립 예정지에 시립미술관과 연계한 문화예술전문도서관을 건립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미술관의 공간적 확장과 기능적 확대로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수용하고 원도심 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것이 이유다. 논란이 됐던 객사터 활용방안은 예고된 바와 같이 연구용역을 거쳐 결정한다는 전제 아래 당분간 야외행사장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공론화 끝에 달라진 것은 일반 도서관이었던 중부도서관이 문화예술전문도서관으로 바뀐 것이 전부다. 이에 따라 도서관 건립의 주체는 중구청이 아닌 울산시가 됐다. 중구청은 혁신도시에 중부도서관을 새로 짓게된다. 전문가위원회 5차례, 100명 시민토론회 등을 거쳤지만 굳이 건설중단도, 공론화도 필요 없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대목이다. 사실상 울산이 처한 현실이 부지와 건축설계를 바꿀 형편도 아니거니와 뽀족한 대안도 없었던 것이다.

사실상 도서관의 특성 변경은 전문가위원회에서 나온 의견이기는 하지만 성과라고 하기도 어렵다. 어차피 미술관과 도서관은 설계부터 공사까지 별개로 진행되므로 미술관 건립공사를 중단해야 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 게다가 울산의 현실을 고려할 때 예술전문도서관이 과연 적절한가도 의문이다. 미술관에 잇닿아 있는 도서관은 미술관의 문턱을 크게 낮출 수 있지만 예술전문도서관이 된다면 그 기대감은 사라진다.

미술관은 일반인들에게 대체로 문턱이 높은 문화시설이다. 그 때문에 많은 공립미술관들이 위치를 선정할 때 접근성을 중요한 요건으로 꼽게 되고, 교육시설·레스토랑·공연연습장 등이 혼재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구성한다. 울산시립미술관 부지의 최대 장점은 원도심이라는 지리적 위치와 방문객이 많은 도서관과 붙어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 도서관이 예술전문도서관이 되면 그 큰 장점 하나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서울 등 대도시에도 몇 없는 예술전문도서관을 보면 외국서적이 많아 일반 시민들은 접근도 쉽지 않다. 말그대로 몇몇 전문가들을 위한 공간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만 울산시가 도서관 건립의 주체가 된 것은 다행이다. 미술관과 도서관을 하나의 공간으로 엮기가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외면하는 미술관·도서관이 되지 않으려면 미술관 옆 도서관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예술전문도서공간을 넣되 규모를 대폭 줄여야 한다. 대신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부담없이 다가설 수 있는, 일본 다케오시립도서관과 같은 개방형 일반 도서관을 지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