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란 삼산초등학교 교사

우리 가족에게는 주말마다 해오고 있는 특별한 취미가 있다. 대략 7년 정도 되었다. 그게 뭐냐고? 바로 ‘텃밭 가꾸기’이다. 우연한 기회에 인근 타 지역 시골에 아담한 텃밭을 하나 구입하게 되었다. 산자락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서 공기가 맑고 밭 옆에 작은 개울이 있어 맑고 깨끗한 물이 잔잔한 소리를 내며 연중 흘러내리는 곳이다. 특별하지 않은 주말마다 그 곳으로 달려가면 맑고 선선한 바람이, 다정하고 경이로운 새 소리들이, 엄마 품처럼 포근한 햇살이 특별한 감성으로 우리 가족을 맞이해 주곤 하였다. 봄이면 새로 돋아나는 새싹들의 자람을 한 주마다 볼 수 있어서 식물들이 얼마나 빠른 성장을 하는지에 깜짝 놀라고, 여름에는 내리쬐는 햇살 속에서 식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거짓말처럼 목격하기도 하였다.

가을에는 온갖 종류의 풀벌레 소리가 세상의 시름을 잊을 만큼 내 귀를 가득 채우고, 두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그 시원한 바람이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절로 좋아지고 상쾌함에 흐뭇한 미소를 머금게 된다. 겨울은 또 어떠한가? 양지바른 밭 한가운데 서 있으면 온 세상에 내리쬐는 눈부신 햇살과 푸르디푸른 하늘이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고 모여드는 느낌으로, 따뜻하고 아늑하며 든든함에 세상의 고요함까지 한꺼번에 모두 소유하게 되는 착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겨울 햇살이 주는 그 나른함과 평화로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나를 행복감에 빠져들게 한다.

이러한 소소한 재미가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도 꽤나 컸던지 텃밭 가꾸기를 하면서 이런 저런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아직까지 그만두자는 말이 없다. 물론 아이들이 학년이 올라가고 자라면서 텃밭에 오는 횟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나 역시 이런 저런 다른 일정으로 주말마다 텃밭을 방문하지 못하는 적도 많다. 그러나 텃밭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우리 가족을 기다려주고, 거기서 자라는 채소들을 보듬고 격려하며 꿋꿋하게 잘 키워내 주었다.

며칠 전 뉴스에서 부산의 한 동네에서 ‘옥상텃밭’을 가꾸어 밭에서 나는 먹거리들을 사이좋게 나눠 먹으며 건강한 공동체 의식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른바 ‘도시농업’이라는 것인데, 도시에서 농사활동을 통해 먹고, 보고, 즐기는 것으로써 인간 중심의 생산적인 여가활동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과 행복을 꾀하는 것을 말한단다. 도시의 텃밭이나 건물옥상의 농원 등은 그 자체가 삭막한 도시 속에 녹지구역을 만들어 내는 창조적인 공간이다. 나비들이 날아오고, 풀 씨앗들이 떨어져 나면서 도시의 녹색생태계를 건강하게 연결하는 거점 역할을 해주며, 미적 경관을 좋게 하여 도시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작용도 한다. 식물의 광합성과 호흡을 통해 산소와 수분을 배출하고 다양한 유해가스를 흡착하여 도시의 공기도 맑게 해 주며 사람과 자연이 조화되며 공생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주고, 정신적 풍요를 통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등 공익적 차원에서 그 역할이 매우 크다. 내 손으로 재배한 상추에 싱싱한 풋고추를 얹어 삼겹살 한 쌈을 먹는 순간 농사의 수고로움은 한 순간에 사라지고 없다. 내 손으로 심고 가꾼 정직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우리 가족이 함께 먹는 이 시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호사로움을 누리는 행복한 도시농부가 된다.

이정란 삼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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