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프로레슬링 대부 이왕표 별세
담도암 재발로 다시 쓰러지면서
전 WWA 헤비급 챔피언 눈 감아

▲ ‘영원한 챔피언’이라는 별명으로 한국 프로레슬링의 대부로 활약했던 이왕표 한국 프로레슬링연맹 대표가 4일 향년 64세로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5월25일 서울 중구 동호로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에서 챔피언 벨트에 입맞추는 이왕표 모습. 연합뉴스

‘영원한 챔피언’이라는 별명으로 한국 프로레슬링의 대부로 활약했던 이왕표 한국 프로레슬링연맹 대표가 4일 오전 9시48분 별세했다. 향년 64세.

‘박치기왕’ 김일의 수제자로 1975년 프로레슬러로 데뷔한 고인은 세계프로레슬링기구(WWA) 헤비급 챔피언에 오르면서 큰 인기를 누린 선수다.

담도암 투병 끝에 눈을 감은 이왕표는 태풍에도 쓰러질 것 같지 않았던 거목(巨木)이었다.

더는 대중의 시선을 끌지 못했던 한국 프로레슬링 부흥을 위해 동분서주했고, 2013년 담도암으로 쓰러진 뒤에도 기적처럼 병상을 박차고 일어났다.

그러나 암세포는 지독하게 이왕표를 따라다녔고, 한국 프로레슬링의 상징과도 같았던 그는 스승인 김일 곁으로 돌아올 수 없는 여행을 떠났다.

1954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그는 1975년 김일 체육관 1기생으로 프로레슬러로 데뷔했다.

선수 생활 초기에는 일본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고, 1980년대 한국에 돌아와서는 어린이들 사이에서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명절이면 이왕표가 훨씬 덩치가 큰 백인 선수를 쓰러트리는 모습을 TV를 통해 쉽게 볼 수 있었고, 예능 프로그램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한국 프로레슬링은 1980년대 야구와 축구가 프로화하면서 점차 인기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계보를 이을 선수가 마땅치 않다 보니 이왕표는 수십 년 동안 링에 올랐고, ‘이왕표 말고는 한국 프로레슬링에 선수가 없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종합격투기가 인기를 얻자 이왕표는 프로레슬링도 충분히 통할만큼 강하다며 도전을 선언했다.

실제로 WWE 챔피언 출신인 브록 레스너(미국)는 UFC 헤비급에서도 최정상 선수로 활약을 펼친 바 있다.

이왕표는 50대 중반의 나이로 2009년과 2010년 종합격투기 선수 출신 밥 샙과 종합격투기 경기를 벌여 챔피언에 오르기까지 했다.

이처럼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던 이왕표는 2013년 담도암으로 쓰러지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워낙 큰 수술이라 유서까지 쓰고 수술실에 들어갔던 이왕표는 병마를 이겨내고 다시 왕성하게 활동했다.

프로레슬링 대회를 꾸준히 개최하고, 후진 양성을 위해 쉴 새 없이 전국을 돌았다.

이미 환갑을 넘긴 2015년에는 은퇴 경기까지 추진했지만, 건강 때문에 사각 링에 오르지는 못한 채 은퇴식으로 작별을 고했다.

은퇴 후에도 한국 프로레슬링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던 이왕표는 최근 암이 재발하면서 다시 쓰러졌다.

세 차례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이왕표를 끊임없이 괴롭혔던 건 프로레슬링의 진실성 논란이다.

프로레슬링에 각본이 있다는 건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피나는 훈련을 통해 묘기에 가까운 기술을 펼치는 프로레슬링 경기를 ‘쇼’로만 치부하기는 힘들다.

이왕표는 생전 “내 프로레슬링은 쇼가 아니라 진짜”라며 “프로레슬러는 어떤 격투기 선수와 대결해도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프로레슬링의 부활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이제 후배들이 무거운 바통을 이어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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