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안 앤드류 응우엔 작가의 ‘피신처’

장대에 매달려 나부끼는 깃발

미래 준비하는 자들의 피난처

▲ 투안 앤드류 응우엔 작가의 ‘피신처’.
풀밭 위 깃발이 나부낀다. 장대에 매달린 황금빛 자락이 ‘깃발’을 노래한 어느 시인의 ‘소리없는 아우성’처럼 한 순간도 쉼없이 하루종일 펄럭인다.

베트남에서 온 투안 앤드류 응우엔 작가는 은신처를 꿈꾸는 현대인들의 갈망을 그렇게 표현했다. 온갖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피신처가 어디인지 알 길은 없다. 그럼에도 모험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사람들의 열망이 하나로 뭉쳐져 비로소 바람결을 따라 항해를 서두르게 만든다. 광활한 대지와 바다를 가로지를 수 있는 웅대한 배를 만들 수 있기를 꿈꾸라고 재촉하는 듯 하다.

작가는 유토피아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과 덧없음을 일깨운다. 그는 “위기의 현재 순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미래를 위한 삶’이라는 말은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떻게 미래의 구조와 미래를 위한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찰나성과 파괴성을 부각시키고 그 한계점을 각성시켜 보고자 한다. 임시적인 기념비로서 말이다. 먼 미래의 우주여행에 합류하지 못하고 남겨진 자들을 위한 가까운 미래의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으로서, 그들을 위한 피난처를 만들어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미술과 비디오 아트 등을 전공했다. 2006년 프로펠러 그룹 결성 이후 다양한 현대미술의 변주곡을 연출해 왔으며 영화감독으로 활약하며 대중문화와 매스미디어를 재구성하기도 했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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