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규홍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인문대 학장

이달 10일부터 각 대학에서 2019학년도 수시원서를 접수하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입시철이 시작되는 셈이다. 온 나라가 한바탕 야단법석을 치른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도 대충 정리가 된 모양이다. 그리고 교육부 장관도 교체가 되고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로 대학 구조조정의 밑그림도 그려지고 있다.

교육정책을 두고 온 국민이 이렇게 참견하고 나서는 나라는 아마도 우리나라 말고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교육열이 세계에서 높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교육정책과 교육내용에까지 일반 국민들이 사사건건 개입하고 참견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대목이다. 교육은 고도의 전문적인 영역이다. 학생들에게 무엇을, 왜, 어떻게 가르쳐야 하며, 어떻게 평가를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은 인간의 성장과정, 인지발달과정, 사회, 문화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부분들을 오랜 기간 동안 연구하고 심사숙고하여 결정해야 한다.

그런 생각에서 이 정권에서도 대통령직속의 전문가들로 구성한 국가교육위원회까지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대입제도도 이 전문위원회에 맡기고 결정하고 시행하면 될 일이다. 교육 내용과 교육 방법, 평가 등 교육 정책을 여기저기 아무에게나 물어서도 안 되고 물어볼 일도 아니며 물어본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교육부에서는 석 달 동안 국가 예산을 20억 원이나 들여서 대입개편공론화위원회에 대입제도개편안을 물었다고 한다. 결국에는 올바른 답도 얻지 못하고 국가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되지 않았나.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수학능력시험으로 선발하는 정시나 학생부를 통해 선발하는 수시도 모두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다. 정시인 수학능력 비중을 높이면 선발의 객관성은 높일 수 있지만 다양한 학교 활동과 과정 중심의 평가와 인·적성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는 데는 또 한계가 있다.

반면에 입학사정관제(학생부종합전형)로 학생을 선발하면 다양한 학교활동과 학습활동을 평가하고 인·적성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평가의 객관성 측면에서는 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고등학교 성적도 믿을 수 없다 하고, 교사가 쓰는 생활 기록도 믿을 수 없다고 하니 그러면 무엇으로 평가해야 할지 난감하다. 가장 이상적인 대입선발 제도는 교육을 시킬 당사자인 대학에 맡겨버리면 어떨까 한다. 대입제도와 고등학교 교육이 전혀 따로 놀 수는 없기 때문에 고등학교 교육내용 최소한 참고하면서 대학이 다양한 방법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 생각한다.

대학입시제도를 수험생에게 맞출 것이 아니라 수험생이 대학입시제도에 맞추어야 한다. 평가받는 사람이 평가내용과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하는 사람이 평가 내용과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언론이나 학부형들은 대입 전형의 종류가 몇 백 개나 된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그 전형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형의 큰 틀은 몇 가지가 되지 않는다. 단지 이름만 다양하게 붙인 것일 뿐이다.

또 다르게 생각해 보면 대학에서 그렇게 전형을 다양하게 한다는 것은 수험생의 인성과 적성과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한 수험생을 위한 전형이지 결코 수험생을 힘들게 하거나 골탕을 먹이려고 하는 전형 방법이 아님을 이해해야 한다. 대학에서 편의성만 따진다고 한다면 수학능력으로만 선발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고 객관적인 방법일 것이다. 그렇게 하면 복잡한 전형으로 예산을 많이 들일 필요도 없고 교수나 입시관계자들에게 며칠이나 입시에 매달리게 해서 힘들게 할 필요도 없다.

제발, 교육은 교육의 전문가인 교사와 교육 전문가에게 맡기고 학부모는 교육 환경이나 행정 또는 교사가 열성적으로 올바르게 자녀를 가르치는지에 관심을 두었으면 한다. 귀여운 자녀를 학교에 맡겼다면 학부모는 교사를 믿고 느긋하게 지켜보았으면 한다. 교육자를 믿고 존경하지 않으면 어떤 교육도 실패하게 될 것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는 말을 깊이 되새겨야 할 때다.

임규홍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인문대 학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