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미란 울산여성가족개발원 연구위원

최근 몇 년간 아동학대에 관한 우리 사회 내의 관심이 증대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한편으로는 이를 다행스럽게 여겼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도 감출 수 없었다. 아마도 다들 기억할 것이다. 울산에서 발생한 아동 사망사건이 그 계기가 되었다는 것을. 이러한 사실 때문에 마음 한구석에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한 어른으로서의 죄책감이 있었다. 또한 그래서인지 아동에 대한 폭력이나 위험 등에 관해서는 항상 더 마음이 쓰이는 것 같다.

지난 2일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의 ‘제4차 한국 아동의 삶의 질에 관한 종합지수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연구는 전국 17개 시·도의 아동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아동의 삶의 질과 관련된 건강, 주관적 행복감, 아동의 관계, 물질적 상황, 위험과 안전, 교육, 주거환경, 바람직한 인성 등의 8개 영역에 대한 조사를 통해 각 시·도 아동의 삶의 질 지수를 제시하는 것으로서, 연구결과에 따르면 울산은 조사가 시작된 지난 2012년에는 6위, 2013년 5위, 2015년에는 2위를 기록했으나 지난 조사에서는 순위가 11위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지난 4개년도 지수 비교에 따르면 지역별로 대부분 순위가 상위, 중위, 하위의 틀 안에서 변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도시지역 아동의 삶의 질 지수가 주로 상위권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그동안 중상위권을 유지해 온 울산 아동의 삶의 질 지수가 중하위권으로 급락한 점, 특히 광역시 중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점 등에 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듯 다양한 매체에서도 본 연구결과를 기사로 다루었는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대부분이 조선업 불황, 경기불황 등에 따른 물질적 상황의 악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4개년도 지수에서 항상 상위권에 있었던 물질적 상황 순위가 11위까지 떨어진 것이 전체 순위 하락의 핵심원인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물질적 상황 부문만이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물질적 상황부문 순위가 최상위였던 해에도 울산 아동 삶의 질 지수가 최상위 순위였던 것은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다른 부문의 부족함을 그동안 물질적 상황이 메우고 있었고, 경기불황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울산 아동 삶의 질 지수가 눈에 띄게 하락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향후 보다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나 개인적으로는 8개 영역 중, 특히 위험과 안전순위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위험과 안전순위에서는 주로 폭력과 폭력적 행동, 위험 행동 등의 지표가 포함되는데, 조사가 이어진 4개년 중 3개년에서 중하위권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조사에서는 전국 17개 시·도 중 16위를 차지하였다. 더하여 전국 평균을 100으로 볼 때 울산지역의 위험과 안전부문 점수는 86.4점으로 상당히 낮은 수치이다. 갑자기 하락한 부문도 문제이나 항상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부문이 더 문제라 하겠다. 더하여 그 부문이 폭력이나 위험, 비행 등과 관련된 영역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순위 하락의 핵심원인뿐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삶의 질을 위협하는 핵심원인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배미란 울산여성가족개발원 연구위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