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에 대비한 건축물 안전 강화
밀어붙이기식 개정보다 대안 모색을
건축주·시공자 의식개선부터 시작하자

▲ 손진락 전 대한건축사협회 울산시회장

얼마전 제19호 태풍 솔릭의 영향으로 제주를 포함한 일부지역에 기습적인 호우와 강풍으로 인해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하였다. 특히 울산은 2016년 태풍 차바로 인명과 재산에 많은 피해를 입은 터라 더욱 자연적인 재난 앞에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 해마다 겪는 태풍이라도 풍속이 매년 더해가고 비 또한 엄청난 양으로 증가해 시민들의 불안은 이제 지진과 같은 비교적 큰 재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때로는 비가 오지 않는 폭염과 가뭄으로 우리를 애태우기도 하는데 요즘은 비가 적은 유럽에서도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아져 이 또한 인류가 저질러 놓은 지구온난화의 결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지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제천 스포츠 센터 화재 같은 사회적인 재난은 시민들을 더욱 불안에 떨게 만든다.

필자는 요즘 이렇게 재난이 홍수같이 넘쳐나는 시기에 인류에 필요한 의·식·주의 한 영역을 담당하는 건축사로서 우리가 건축적으로 재난에 어떻게 대비해야 될지를 항상 고찰하고 있다. 더욱 그럴 것은 필자가 설계한 건축물이 태풍과 폭설 또는 지진과 같은 재난에 안전한지를 늘 불안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각종 재난이 있을 때 마다 관련 법령을 매번 강화시키고 있는데 이 또한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책임을 회피하고 책무를 다한 것처럼 착각하게 할 뿐이다. 그 이유는 국민에게는 우리를 보호 할 정부보다 우리가 당면할 재난이 더 커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래전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근무할 때이다. 서류 전달을 위해 사무실을 나설 때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더욱 놀랐던 것은 필자가 근무하는 곳이 종로인데 방송에서는 서울·경기지역 공습 중이라 했기 때문이다. 우린 그 당시 가장 사회적 재난이 전쟁이라고 느꼈고 건축물에도 전쟁에 대비한 규정이 있었는데, 일정 면적 이상의 건축물은 지하층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였다. 당시 필자가 근무한 건축사사무소에 설계를 의뢰하신 분이 지붕의 두께를 40㎝ 이상을 요구한 일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그 건축주가 가장 불안해 한 것은 전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전쟁보다 지진과 같은 재난에 맞춘 건축법의 구조기준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관련 법령이 강화되기 전에 지어진 건축물에 대한 대안은 전혀 없이 그저 현재의 기준에 맞게 따르라고만 한다. 이러하다 보니 자연적 재난과 사회적 재난에 앞서 경제적인 재난이 앞서 온 것이 아닐까? 기존의 건축물들은 건축적으로 강화된 기준으로 보강할 수 있는 방법이 어려운 곳이 많다. 이러할 경우를 대비해 정부는 그들에게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요즘 오래된 건축물들은 용도변경도 되지 않는다. 현행법의 구조기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인데 경제적인 여건이 어려워 기존 세입자가 떠나고 또 다른 세입자가 경제적 활동을 시작하려고 해도 건축물의 용도를 변경하지 못하는 것이다. 건축주는 새로운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금을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주어야 하지만 그러하지 못하고 속만 타들어간다. 그래서 그들은 건축사사무소나 구청의 공무원들에게 하소연한다. 그러나 국토부에서 개정한 법을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는데 이 또한 사회적재난이 아니겠는가?

재난이란 뜻밖에 일어난 재앙과 고난이라고 한다. 미국의 경우 종종 TV에서는 ‘토네이도’에 의해 초토화 된 피해를 보도한다. 그들은 매년 수없이 겪는 이 재난에 대비해 예전 우리의 방공호처럼 지하대피소를 만든다고 하며 일정 기간마다 대피훈련도 한다고 한다. 그리고 가까운 일본의 경우 태풍과 지진으로 매번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응 방법이 우리보다 앞서고 있다. 우리는 대부분 건축물의 결절점이 강접합으로 되어 있지만 그들은 힌지구조로 사용해 건축물이 가볍게 흔들리는 구조방식을 채택, 자연재해에 대비한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도 우리에게 적합한 대안을 찾아야 될 것이다. 폭설에 대비해 구조물을 강하게 하는 방법만 고수 할 것이 아니라 지붕에 열선을 설치하여 하중이 증가하지 않게 할 수도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들에게 재난으로 인한 피해는 있어서도 안되겠지만 또한 재난이 발생한다고 하여도 그에 대처할 수 있는 대안을 지금부터라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고베 지진 시 대부분의 인명피해가 건축물의 붕괴나 파괴가 아닌 건물 내외부의 마감에 의한 탈락으로 발생되었다고 한다. 우리 건축물도 경제적 논리에만 치우쳐 건축되지 않고 뜻하지 않는 재난 발생에 대비해 알맞은 재료와 시공방법으로 건축되어 진다면 혹여 발생할 재난에도 안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올 재난을 대비할 건축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건축주와 시공자의 의식이 개선되고 그것을 돕는 건축사가 있다면 쉽지 않은 시작에 첫발을 내딛을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손진락 전 대한건축사협회 울산시회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