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의 재난 대응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았다. 일정 시기, 특정 지역에서 통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사고로 부족한 자원을 짧은 시간내 효과적으로 배분해야 하는 급박한 재난 상황에서 보여준 대응은 실망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사고유형에 맞는 다양한 지휘체계를 구축하고 체계마다 단일한 책임자가 활동, 현장대응력을 높여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지만 보여주기식 옥상옥의 관료주의에 막혀 늘 뒷북대응 논란을 불러 일으켜 왔다. 따라서 정교한 계획과 유기적인 훈련을 통한 일사불란한 현장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았다. 사고 현장 지휘대와 실무 부서원의 권한을 늘려 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화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규모 산업단지가 밀집, 막대한 양의 위험물질 취급에 따른 사고 개연성이 높아 ‘잠재적 화약고’로 불리고 있는 산업수도 울산의 소방대응력이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북부소방서 개서로 5개 구·군 모두 소방서를 갖췄지만 조직규모가 적고 현장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으로, 비슷한 규모의 타 시·도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이다. 지난해 울산의 현장 소방인력 충원률은 법적 기준의 62%로 세종시를 제외한 7개 특·광역시 중에 최하위였다. 소방관 한 명이 담당하는 인구수는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을 정도로 업무 강도가 높다. 이는 울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요 도시들 모두 소방인력 부족 문제를 안고 있지만 울산은 더 심각하다는 의미다.

그렇다보니 전국 각 소방서에서 운용하고 있는 ‘현장대응단장’이라는 직책도 없다. 보통 지방소방령이 맡는 현장대응단장은 화재 원인조사, 화재진압 현장 운영에 관한 사항 등 재난상황에서 진두지휘하는 전문적인 대응과 안전책임자 활동 역할을 하게 돼 있다. 울산은 행정기구 설치 조례상 현장대응단장의 업무를 방호구조과장에게 모두 맡겨둔 모양새로, 화재예방·홍보와 현장대응 업무 등 두 개 과의 역할을 동시에 맡고 있다. 물론 울산에는 현장대응단 대신 현장조사지휘팀이 있지만 타 시·도처럼 권한을 가진 채 주도적인 업무를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울산소방이 진정한 재난 현장대응조직으로 발전하기 위한 근원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산업수도 울산의 지역적 특성을 감안한 필요 조직이나 제도에 대해 심도있는 검토를 거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한 도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울산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로, 생명을 구하는 일에 최우선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안전제일주의’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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