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미술 본연 역할에 충실

압도적 크기 대신 조화 방점

관람객 동선 감안 배치 눈길

개막전 태풍탓 일부 형태 변경

개념미술 위주 구성 아쉬움도

▲ 2018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마지막날인 9일 태화강지방정원을 찾은 시민들이 설치작품 사이를 걸으며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태화강지방정원에서 열린 2018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가 9일 마무리됐다. ‘잠시 신이었던 것들’을 주제로 11일간 진행된 올해 미술제는 그 어느 해보다 ‘설치미술’ 본연의 일회성, 순간성, 현장성에 치중한 작품으로만 구성해 시민들에게 최신의 현대미술 흐름을 제대로 보여줬다. 또한 행사장인 태화강지방정원에서 예술의 감흥을 자연스럽게 만끽하도록 해 일상 공간과 문화 공간의 일체화가 주는 충족감이 어떤 효과를 낳는 지 각인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미술제에는 모두 24점이 소개됐다. 행사장을 다녀 간 시민들은 “예년보다 작품의 크기가 크지 않다”는 관람평을 적지않게 내놓았다. “시선을 한 눈에 집중시킬 아우라를 풍기려면 작품의 크기가 주변 상황을 압도할만큼 웅장해야 하는데 올해는 주제를 살리는 개념미술 위주로 구성되다보니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박수진 예술감독을 비롯한 운영위원회가 준비단계에서부터 예상한 반응이었다. 박 감독은 “올해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는 12회째였다. 그 동안의 미술제가 일반인에게 다소 낯선 ‘설치미술’을 알리는 전시였다면, 올해는 10여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제대로 된 설치미술의 향연장을 만들고자 했다. 24점 모든 작품이 현장에서 계획되고, 진행되고, 제작된 뒤 설치까지 마무리됐다. 개막 전 불어닥친 태풍을 비롯해 어려움이 많았으나, 참여작가 모두가 이를 잘 실현시켜 주었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몇몇 설치미술은 애초의 완성작품이었을 때와는 달리 형태가 달라지기도 했다. 깐죽(몽골) 작가의 ‘태화강 정령에게…’는 돌덩이가 더 늘어났고, 아키히토(일본) 작가의 ’물위의 물’은 비닐 속 바람이 빠지는 바람에 설치와 보수를 거듭해야 했으며, 응우엔(베트남) 작가의 ‘피신처’는 바람결에 깃발의 끝단이 갈라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올해는 “행사장 곳곳을 누비며 관람객이 미술품 곁에서 오랫동안 머물도록 만들고 싶었다”는 운영위의 의도가 그대로 반영됐다. 설치미술이 놓여있는 포인트와 포인트가 예년에 비해 그리 멀지 않은데다 모든 작품을 둘러보는 동선 또한 하나의 둥근 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배치했다. 관람객은 팸플릿의 작품위치도를 따라 산책을 하듯이 태화강지방정원을 거닐면서 자연스럽게 설치미술과 마주하고 그 속에 담긴 작가의 의도를 읽어낼 수 있었다.

한 관람객은 “태화강이라는 장소의 특이성과 역사, 환경을 고려해 구상한 실험적인 설치작품을 꼼꼼히 살폈다. 다소 어렵다고 느껴지는 설치미술에 대해 이해하고, 교감하며 그 매력에 대해 제대로 느끼는 시간이었다. 내년 미술제가 벌써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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