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기자 사회부 차장

국가나 지자체는 한 회계연도의 세입 세출을 미리 계산해 당초예산을 편성한다. 예산은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에 따라 당해 편성한 예산을 회계연도 내에 집행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얼마나 벌어들일 것인지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에 따라 우선순위를 매겨 필요에 따라 자금을 집행하는 것이 그다음이다. 세입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면 이를 집행하는 세출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100을 벌어들여 100을 써야 하는데, 90만 벌어들인다면 10만큼의 사업진행에 지장이 생긴다. 그런데 최근 울주군은 세입 예측에서 적지않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울주군은 지난 2017년에 이어 2018년 당초예산도 1조823억원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1조원대 예산은 전국 군단위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다. 그러나 군의 예산은 1조원이라는 상징성을 유지하기 위한 무리한 편성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올해 1차 추경안에서 군은 세입 차질을 인정하고 800억원 가까이 삭감한 1조31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군의회의 대규모 삭감에 대비한 일종의 자진납세였다. 군이 자체 삭감한 예산은 주요 발전소주변지역지원 특별회계 277억원, 에너지산단 조성 특별회계 476억원 등이다. 군의회는 여기에다 에너지산단 조성 특별회계의 일반회계 전입금 40억원을 추가 삭감해 결국 1조원 시대는 2년도 안돼 막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해프닝도 있었다. 군의회는 추경심의에서 사실상 연내 분양이 어렵다는 이유로 에너지융합 일반산단 분양수익 예정금을 대폭 삭감했다가 추경에서 일반회계의 삭감이 불가능하다는 지침을 확인하고 이를 원상복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여곡절 끝에 추경에서 살아남은 분양수익 예정금은 물론 원전특별지원금인 발전소주변지역지원 특별회계 일부 등은 결산 추경에서 삭감이 유력하다. 결국 올해 당초예산과 최종 예산은 1000억원 이상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동구 올해 당초예산 2553억원의 거의 40%에 달하는 액수다. 특히 추경에서 800억원가량이 삭감된 울주군의 추경은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이 증액된 타 지자체의 추경과는 대조적이다.

뻥튀기 세입뿐 아니라 세출에서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군의회는 세출에서도 100억원이 넘는 각종 사업비를 삭감했다. 그동안 군은 무리한 세출 편성으로 사업비가 대폭 삭감되며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이월예산이 발생했는데 올해 역시 과도한 편성으로 예산 활용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올해 추경에서는 군의회의 초보답지 않은 적극적인 심사가 돋보였다는 평가다. 세입 40억원 삭감은 1조원대 사수 의지를 보인 집행부에 대한 경고로 해석된다. 군의회는 또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 단위의 대형사업에만 초점을 맞추던 기존 의회와 달리 수천만원대 소규모 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여 집행부를 당황케 했다. 경험이 축적되는 2019년도 당초예산안 심사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예산 편성은 지자체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행정이다. 지자체는 예산편성을 통해 해당연도의 기본 방향을 설정하는데 미국의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이 정의했듯이 정치를 ‘가치의 권위적 분배’로 이해하면 한정된 재원의 분배를 실행하는 예산편성은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군은 내년도 당초예산 준비에 한창이다. 이번 주까지 내년도 주요 업무계획을 군수에게 보고하고 다음달 중 이를 확정한다. 사업이 확정되면 필요 예산도 뒤따라 정해진다. 새 집행부가 출범한 올해부터는 예전의 악습을 잊고 뻥튀기 예산 편성을 근절해 한 해 군정이 계획에 따라 정확히 이행되길 바란다. 이춘봉 기자 사회부 차장 bong@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