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계열사 합병 요구 골자

엘리엇 지분 3%로 경영 개입

차등의결권 도입 목소리 높아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르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을 또다시 공격하고 나섰다. 최근 현대차에 배당을 확대하고, 그룹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해 핵심 계열사를 합병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이다.

이에 따라 투기자본으로부터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보호 장치의 하나로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발표한 ‘현대차그룹의 지배회사 개편’을 저지했던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지난달 14일 현대차그룹에 보낸 편지에서 현대차에 주주가치를 높이고 그룹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해 현대모비스의 애프터서비스(AS) 부문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모듈·부품 사업은 현대글로비스와 합치라”고 압박했다.

엘리엇은 35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행동주의 펀드로, 지난달 13일 기준으로 현대차 지분을 약 3% 소유하고 있다. 이 요구안이 현실화되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합병 법인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게 된다. 엘리엇은 이후 이 회사가 기아차와 총수 일가로부터 현대차 지분을 사고, 총수 일가는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합병 회사 지분을 사자고 제시했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주주들과 소통을 강화하는데 소극적 모습을 여전히 보이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주주들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뿐 아니라 배당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현대차가 배당할 수 있는 금액은 약 44조900억 원이며 현대모비스는 18조7000억 원을 배당할 수 있다”고 배당이익을 취하기 위한 노골적 의도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의 요구를 현행법 위반을 이유로 거절했다. 국내 자본시장법은 기업의 중요 사안을 특정 주주에게만 알려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주력하는 것은 시장 확대와 경쟁력 향상이다.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선 적정한 시기에 절차에 따라 모든 주주와 단계적으로 투명하게 소통해 나갈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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