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기창 전울산수의사협회 회장·수의학 박사

새롭게 출범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선거당시 봇물처럼 내놓은 동물관련 복지공약은 새로운 시대를 반영하듯 양과 질에서 진일보한 것이어서 많은 유권자들의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그러한 공약들이 과연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아니면 또다른 논란만 야기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애견인과 비애견인의 입장에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정책 실현과 이를 위한 과감한 결단이 요구된다. 유기동물이 사회문제가 된 시기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부터 각 지방단체는 반려동물 문화센터나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등 유기동물 관련 민원해결을 위한 다양한 대안을 내놓았지만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한채 반려동물의 숫자가 늘어나는데 비례해 유기동물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야심차게 출발한 울산반려동물문화센터도 지난 8월부터 공사재개에 들어갔지만 이 곳에 유기동물을 위한 공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혐오시설을 거부하는 ‘님비현상’에 따른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유기동물보호소는 시설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려동물문화센터가 사람과 반려동물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것을 그 가치로 삼는다면 결국 유기동물 문제는 피할 수 없는 이슈이자 행복한 공존의 또 다른 시작점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유기동물보호소를 당장 설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다음과 같은 컨텐츠를 구성하는 것이 차선책이 될 수 있다. 먼저 ‘동물의 행동학적 문제로 인한 유기동물을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에 주안점을 둔 동물행동 교정시설과 입양시설의 설치다. 두번째, 유기동물 발생의 원인이 되는 책임의식과 생명존중의식 등 동물보호교육시설이 필요하다. 세번째, 동물과의 교감을 통한 힐링과 치유의 공간, 즉 동물매개치료실이 요구되며, 네번째 동물과 함께 하는 스포츠를 통해 일상의 스트레스 해소와 사회규범의 룰을 배울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교통사고나 질병 등에 노출된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긴급동물구조 진료시스템 구축이다.

유기동물보호소가 혐오시설로 인식돼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번 반려동물문화센터 시설에서 제외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에 기존의 유기동물보호소와는 다른 개념의 동물복지센터 건립을 간곡히 제안하고자 한다. 동물복지센터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 중인 대부분의 동물보호소처럼 밀집사육 보호관리의 개념이 아닌 유럽의 선진화된 동물보호소 형태를 말한다. 내외관에서부터 운영방식, 위생에 이르기까지 현행 보호소의 단점을 모두 커버하는, 말그대로 동물의 복지를 실현하는 보호시설이다. 이러한 형태의 동물복지센터를 시범운영해보는 것만으로도 유기동물 문제해결에 큰 진전이 기대되며, 일반 시민들의 인식전환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도시 울산을 있게 한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의 성공은 “당신, 해봤어?”라는 도전의식에서 비롯됐다. 해보지도 않고 고민과 논쟁만 해서는 변화와 발전을 이룰 수 없다. 실무 담당자가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올바른 정보를 정책결정권자에게 제공하고, 이에 결정권자의 의자가 더해진다면 동물복지센터 건립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마하트마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에서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름할 수 있다”고 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소득 1만달러가 되면 반려동물문화가 시작되고, 2만달러를 넘어서면 반려동물문화가 발전되고, 3만달러부터는 반려동물의 인격화가 진전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2006년 2만달러, 2017년 3만달러(2만9745달러)에 이르러 단순 소득규모로 볼때 반려동물문화는 ‘인격화’ 수준에 이르렀다.

동물에 대해서까지 애정을 갖고 보살필 줄 알고 그들의 삶에 대한 복지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라면 분명히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생각하고 대우하고 존중하는 마음은 그보다 더 클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사는 도시의 시민이야말로 진정 위대한 시민이 아닐까? 간디의 말대로 동물복지 수준은 그 지방정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척도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2012년 울산 남구에 최초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관리하는 애견운동공원을 조성, 전국적인 벤처마킹 대상이 돼 지금의 우리나라 애견문화를 바꾸어 놓은것과 같이 동물복지센터(유기동물보호소)가 건립되면 울산은 우리나라의 진일보한 동물복지문화를 선도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성기창 전울산수의사협회 회장·수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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