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민신문고위원회가 10일 출범했다. ‘시민과의 소통’을 시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송철호 울산시장의 ‘1호 결재’가 취임 70여일만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신문고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5명으로 구성됐다. 시민의 입장에서 시정을 감시하고 시민의 고충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설치된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2005~2007년 제7대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을 지낸 송시장의 야심작으로, ‘시민과의 소통’ 실현에 있어 가늠자가 될 기구다.

출범식을 10일로 잡은 것은 조선 태종이 신문고를 설치한 날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문고의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조선의 신문고는 백성의 억울한 일을 해결해주기 위해 대궐 밖에 설치한 북이다. 하지만 임금의 뜻처럼 그렇게 잘 운용된 것은 아니다. 북을 칠 수 있는 사건에 제한이 있었고, 주로 서울 부근의 관리나 백성만 사용해 이용률이 줄었다는 기록도 있다. 대궐 밖에 걸어놓아 아무나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신문고의 문턱이 높았던 것이다.

울산시민신문고위원회의 주요기능은 시민감사청구에 따른 감사, 고충민원에 대한 조사 및 처리, 불합리한 행정제도 개선, 청렴계약에 관한 감시·평가 등으로 정해져 있으나 결국은 얼마나 시민의 편에서 ‘소통의 나들목’으로서 기능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소통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막힘이 없이 쌍방향으로 두루 잘 통해야 비로소 소통이다. 신문고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시민들의 사소한 민원이나 해결해주는 기구가 돼서는 그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가 없는 이유이다. 별다른 성과도 없이 예산만 낭비한 ‘시립미술관 공론화’처럼 ‘소통을 위한 소통’도 곤란하다. 시민과 행정 사이를 오가며 ‘올바른’ 여론이 시정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부조리한 제도와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능도 중요하다.

송시장의 지난 두달은 시민들과의 소통에 크게 성공적이지 못했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송시장의 직무수행평가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7월에는 15위, 8월에는 13위를 차지했다. 순위는 상승했으나 여전히 부정 평가(38.9%)가 긍정 평가(37.8%)보다 높다. 취임 후 단행한 인사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성 확보를 이유로 만든 자리에 전문성이 확인되지 않은 측근과 선거공신들을 대거 발령함으로써 달라진 지방정부를 기대했던 시민들로서는 소통은커녕 불통의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정의로운 사회가 소통의 시작이다. 신문고위원회가 민원해결 창구가 아니라 정의로운 울산을 위한 ‘소통의 나들목’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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