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억여원의 혈세 투입된 울산 최대 규모 단일 문화행사
주중 대부분 상영·행사장 ‘썰렁’ 국제행사 타이틀 무색
산악문화 홍보 체험행사등 특화된 프로그램 보완 지

▲ 제3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폐막식이 11일 울주군 상북면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특설무대에서 열렸다. 이사장인 이선호 울주군수, 배창호 집행위원장, 간정태 군의회의장이 수상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제3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이하 울주영화제)가 11일 폐막했다. 영화제의 올해 슬로건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4년 전 비영리임의단체에서 출발한 주최기관이 법인 전환 이후 첫 행사를 치른 만큼 지켜보는 시선들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영화제의 앞길은 장밋빛 전망 보다 방향성을 좀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울주영화제의 출발은 애초 울산의 대표 문화관광콘텐츠인 울주 영남알프스를 국내외에 알리고 우리의 산악문화를 안팎으로 활성시켜 나가자는 것이었다. 여러 고심 끝에 울주는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데 가장 좋은 ‘영화’를 선택했고, 그 중에서도 ‘산’이 의미하는 도전과 극복의 이미지를 표방해 알피니즘·클라이밍 등 ‘산악영화’를 대표프로그램화 했다.

산악과 영화라는 각기 다른 장르를 하나로 접목시킨, 차별화 된 기획력이 큰 관심을 끌었다.

두 개 분야의 셀럽과 관계자들을 울주로 초대해 ‘그린카펫’이라는 고유의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도 울산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낯선 이벤트로 비춰지며 시민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프로그램을 보려는 시민들 발길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미지수다. 온갖 어려움을 딛고 어렵사리 추진하는 새로운 문화행사를 제대로 살려보자는 초반의 긍정적인 여론도 언제까지 지속될 지 장담할 수 없다.

무엇보다 울주영화제는 단 3회라는 초단기 연혁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지역축제 가운데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울산지역 최대규모 단일 문화행사로 성장했다.

올해 영화제는 울주군으로부터 23억여 원의 예산을 받아 치러졌다. 뿐만아니라 한국수력원자력(주), 농협, 삼성 등 프리미어 스폰서의 지원금을 비롯해 14개의 크고 작은 기업을 후원 및 협찬사로 거느린 거대 공룡 문화행사로 올라섰다.

이는 어디까지나 사업비 규모 면에서의 평가일 뿐 23억여 원이라는 주민 혈세 논란을 잠재울 만큼 울산과 울주의 자부심이 돼 주고 있는가는 의문이다.

물론 해마다 늘어나는 영화 상영작에 따라 임시 상영관이 늘면서 시간대에 따라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개폐막식 전후나 주말 오후 한정된 반짝특수 일 뿐 주중 대부분은 상영관과 행사장 분위기가 국제행사라는 타이틀이 무색했다.

영남알프스라는 천혜의 자연경관 깊숙이 자리를 잡았으나 정작 주변 마을주민들에게는 울산 최대 규모의 문화행사를 치른다는 자부심과 기대감을 심어주지 못한 점도 지적됐다.

방문객 중에는 몇몇 영화마니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무료 영화를 관람하는 곳’ ‘연예인을 볼 수 있는 이벤트장’을 찾아오는 시민들이다. 영화제를 매개로 영남알프스를 비롯한 울산과 울주의 자연과 역사문화가 얼마나 알렸는가도 짚어볼 문제다.

일각에서는 현 시점에서 영화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영화제를 유치하는 배경이 된 영남알프스를 제대로 알리는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영화 뿐 아니라 우리의 산악문화를 알리는 체험행사와 익스트림 스포츠, 영남알프스의 새벽과 밤을 느껴보는 시네마캠핑처럼 주제의 테두리 안에서 특화된 대중성과 지역성을 강화해 또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한편 한편 제3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41개국 139편의 영화상영과 각종 부대행사를 치른 뒤 11일 오후 폐막 및 시상식을 갖고 마무리됐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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