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근로자 64% 성희롱 경험

톨게이트마다 CCTV 설치에도

발생건수 너무 많아 대책 없어

“이용객들 의식변화 가장 중요”

▲ 본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 자료사진
#1. 울산 지역 한 톨게이트 요금소에 근무하는 김모(여·45)씨는 얼마전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었다. 요금을 내기 위해 정차한 차량 창문 틈새로 보조석 의자 위에 놓인 노트북에서 음란 동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던 것. 톨게이트 요금소 쪽으로 화면이 보이도록 놓여있는게 다분히 고의적이었지만 이용객 차 안에서 이뤄지는 일이라 김씨가 할 수 있는 건 잔돈을 거슬러주는 게 다였다.

#2. 울산 내 또 다른 톨게이트 요금소에서 근무하는 이모(여·34)씨는 이용객들의 욕설과 모욕적인 행동에 이직을 고민중이다. 잔돈을 거슬러 주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다며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을 듣는 일은 일상이다. 심한 경우 돈을 던져 맞추거나, 도로에 돈을 던지고 가버리는 일도 벌어진다.

톨게이트 요금소 근로자들에 대한 폭언과 성희롱이 심각한 수준이다. 울산지역 유료도로 및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소 직원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요금소 직원의 대부분이 여성이다보니 성희롱, 신체접촉, 폭언까지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최근 울산의 한 톨게이트 요금소에는 ‘성희롱 예방 CCTV 설치중’이라는 안내문까지 등장했다. 톨게이트 요금소의 경우 업무 특성 상 성희롱이나 폭언이 불과 몇 초 사이에 발생하는데다, 가해자가 금방 자리를 이탈하기 때문에 성희롱이나 폭언을 제지하거나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에 한국도로공사와 민자고속도로 관리 주체는 성희롱 예방과 증거 확보를 위해 톨게이트마다 CCTV를 설치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발생 건수가 너무 많아 일일이 다 고발하기 어렵고, 추후 처리에 따른 시간 소요 문제 등으로 현장에서 참고 지나가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난 2015년 한국도로공사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톨게이트 여성 근로자의 약 64%가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의 45%는 주 1회 이상 피해 경험이 있고, 15.7%는 매일 톨게이트 이용객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속도로 이용이 많아지는 명절에는 엉뚱하게 톨게이트 요금소 직원에게 화풀이하는 운전자도 많아 톨게이트 요금소 직원들은 벌써부터 긴장모드다.

울산지역 내 한 톨게이트 관계자는 “성희롱 등이 심각한 경우에는 신고를 하지만 신고와 처벌에 앞서 무엇보다 이용객들의 의식 변화가 중요하다. 서비스직 근로자들도 이용객들과 같은 사람, 주변 이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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