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월산 자락 수려한 옛모습 되찾을까

▲ 올 연말 복구완료를 예정으로 산지복구사업이 진행중인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등억알프스리 암면광산 전경. 울산 최대 규모의 산지복구사업이 완료되면 경관 개선에 따른 효과가 기대된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울주 상북면 KCC 암면 광산
채굴 중단후 복구작업 한창
6만6000㎡ 규모에 54억 투입
절개지 기반작업 마무리후
편백등 나무 8000그루 심어

간월산 내 한 골짜기에서 울산 최대 규모의 산지 복구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오랜 채광으로 헤집어져 주민과 관광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묵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으로, 사업이 완료되고 조림작업이 효과를 드러내면 간월산 자락도 수십년 전의 수려한 모습을 되찾을지 주목된다.

12일 찾은 울주군 상북면 등억알프스리 산 220­1 일원 산자락에서는 대형 포클레인 한 대가 배수로 주위에 쌓인 바윗덩어리를 옮기고 있었다. 엉망으로 파헤쳐져 암벽이 훤히 드러났던 산비탈은 사면 정비작업으로 흙이 채워져 깔끔히 정리됐고, 일부 사면에는 풀들이 자라 예전의 황량한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비탈 아래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암면 광석 덩어리들도 모두 치워졌다.

이곳은 KCC언양공장이 원자료 조달을 위해 암면을 채굴하던 광산이다. KCC언양공장은 지난 1980년대부터 광업법에 따라 일시 사용허가를 얻어 채광을 실시했다. KCC는 여기서 채취한 암면으로 단열재와 흡음재 등을 생산했다. 이후 2016년 언양공장이 경북 김천으로 이전하면서 운송비에 따른 채산성 저하 등으로 채광을 중단했다.

암면을 캐는 과정에서 발생한 조각들이 피부에 접촉돼 가려움을 유발하면서 인근 주민들에게 가렵다는 의미인 ‘까꾸리 광산’으로 불리기도 했다. 석면의 유해성이 알려진 뒤 암면을 석면으로 오인한 주민들이 성분 검사를 의뢰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채광이 본격화됨에 따라 산지 훼손면적이 급격하게 늘면서 채광장이 영남알프스의 비경을 해친다는 지적도 많았다.

채광장 맞은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원호씨는 “채광장 인근의 등산로를 지나던 등산객들이 식당에 들러 저기가 뭐하는 곳이냐고 종종 물었다”며 “정상 부근에서 채광장을 본 뒤 처참한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채광을 중단한 KCC는 시에 산지 복구 계획서를 제출하고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당초 올 7월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지난 6~7월 내린 집중호우로 산지 비탈면의 일부 토사가 유출되면서 다소 지연됐다. KCC는 복구 계획을 연장해 올 연말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시는 현재 복구율을 70%대로 파악하고 있다.

총 복구면적은 6.6㏊(6만6000㎡)이며 복구비는 54억원대에 달한다. 복구비 예치금만 21억여원에 이를 정도로 지역 산지복구 사업 중에서는 최대 규모다.

암면을 캐내던 절개지는 산사태 방지 공사를 진행해 단을 나눠 정리하고 배수로와 측구도 신설했다. 남은 사업기간 동안 KCC는 절개지와 아래 평지에 편백나무 4600여그루, 느티나무 2500여그루 등 총 8000여그루의 나무를 심어 조림을 할 계획이다. 복구가 완료되면 채광장은 영구 폐광한다.

조림이 완료되면 영남알프스를 찾는 관광객은 물론 인근 상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박씨는 “KCC측이 채광장 운영에 따른 영업 손실을 감안해 주민들에게 지원을 많이 했다. 그래도 채광장 때문에 영업에 지장이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여기만큼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이 없는데 채광장이 복원되면 장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복구를 마무리하더라도 당장 채광 전으로 원상복구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흘러 원상태에 가깝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적지 복구 개념으로 보면 된다”며 “숲이 조성될 수 있는 기반이 제대로 갖춰질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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