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두마리 토끼 둘 다 놓쳤다(영화·관광)

▲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열린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등억리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2018 울주산악영화제의 맨얼굴을 보다

나라경제가 곤두박질치고 모든 경제지표가 수직 하강하고 있다. 울산 동구에는 세계적인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의 몸체가 기울어지면서 동구지역 주민들이 아예 울산을 떠나고 있다. 자영업자와 상인들은 거리로 나앉았다.

이 가운데 지난 9월7일부터 11일까지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등억리 복합웰컴센터에서 제3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열렸다. 5일 동안 행사가 열렸지만 사실상 10일과 11일 낮 동안에는 사람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이런 행사에 군민들의 피같은 세금 23억원을 퍼부었다. 정작 행사가 열린 등억리 주민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몰랐고, 내 세금이 어떻게 쓰여지고 있는지, 누가 쓰는지 몰랐다.

지방의회 한 의원은 “이대로 가면 앞으로도 엄청난 낭비가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제 무용론’까지 거론했다.

산악인들은 “‘영화제 무용론’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영화제를 ‘작게, 강하게’ 체질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규모를 축소하고 내용을 집약시켜야한다는 것이다.

이번 영화제의 맨얼굴을 부문별 시리즈로 점검한다.

(1)두마리 토끼 둘 다 놓쳤다(영화·관광)

지난 7일 오후 울주세계산악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울산으로 온 유명 배우와 감독들이 복합웰컴센터 3층 옥상공원에 모여들었다. 국민배우 안성기를 비롯해 고래사냥을 부른 김수철, 문성근, 이정재, 김보연, 박정자(연극), 김기천, 조선묵 등 내로라하는 인기 배우들이 옥상공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또 이명세, 이장호, 정지영 등 유명 감독과 산악계 인사 허영호, 김영도, 이인정 등도 함께 했다.

그러나 이들이 무대의 그린카펫에 오르기 전 2시간 동안 울산 산악관광에 대한 소개나 설명은 한번도 없었다. 울산시청이나 울주군청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물론 문화해설사조차 한명도 현장에 나오지 않았다.

배우와 감독들은 시간이 남자 이윽고 울산에서 혹 갈 만한 데가 없는지 서로 물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본보 기자와 국민배우 안성기씨 일행들이 다음날 오전 인근 자수정동굴나라를 찾게 됐다.

시간 남아 인근 관광지 유적지 가보려 해도
위치 모르고 차편 없고, 정보도 없어 포기

그러나 나머지 초청인사들은 대부분 둘쨋날 오전 동안 신불산온천호텔 숙소에 머물렀다. 차편도 없고, 안내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배우는 “행사장 근처 관광지나 유적지에 한번 가고도 싶었지만 어떻게 가는지 알 길이 없었고, 차도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영화제 행사장에 20여종에 이르는 울산관광 안내 책자, 지도, 책, 팜플렛 등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 진주나 여수, 통영 같은 데만 가도 식당 카운터에 배부함을 설치해놓았는데, 이번 행사장에는 상설극장이 있는 알프스시네마 1층 로비는 물론이고, 움프시네마, 신불산시네마, 가지산시네마, 히말라야네팔관, 우리들의 영화관, 솔숲극장 등 7개 상영관에 울산관광 안내책자는 그림자조차 볼 수 없었다. 영화제 행사장 주출입통로에는 주최측과 관람객 간의 주차시비만 일어날 뿐 조그만 관광안내데스크 하나조차도 없었다.

이선호 울주군수는 개막식날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산악관광과 산악문화는 주민과 전국 산악인들이 많이 참여해야 형성될 수 있다”고 틈만 나면 강조했다.

그러면 과연 영화제 집행부는 영남알프스를 제대로 알고 있을까.
우선 배창호 집행위원장은 영남알프스를 한번도 올라보지 않았다. 영남알프스 산군 중 울주군 땅에 1000미터의 봉우리가 몇개 있는지, 그 이름은 무엇인지, 높이는 몇미터인지 모른다. 하물며 영남알프스 7개 봉우리 이름을 다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산악영화제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이 행사가 어디서 열리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간월산과 신불산, 영축산이 어떻게 늘어서 있고, 그 능선에는 억새밭이 얼마나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지 가보아야 한다. 영화제 주최측이 초청인사들에게 “저~ 사실은 한번도 안 올라가 보았어요”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시민들에 대한 모욕이다.

▲ 2018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폐막식

영화는 영화대로 기대에 못미쳤다.
영화제 측은 지난 7일 개막일부터 11일까지 5일 동안 4만2000명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그리고 전체 상영관 6259좌석에 4803이 입장해 점유율이 76.7%를 기록했다고 밝표했다. 일자별로는 7일 (금, 개막일) 51.2%, 8일(토) 90.2%, 9일(일) 104.4%, 10일(월) 74.0%, 11일(화) 55.1%를 기록했다고 했다.

평균 7일(금) 8일(토) 9일(일) 10일(월) 11일(화)
76.7% 52.2% 90.2% 104.4% 74.0% 55.1%

영화제 측은 “관객 2200여명이 운집한 개막식을 시작으로 전 세계 게스트들과 전국 산악인들, 울산지역 주민들이 화합의 영화제를 진행했다. 영화 프로그램들과 김창완 밴드 등 아름다운 산세와 어울리는 공연이 이어졌다”고 자랑했다.

메인 상영관에 관객들 대거 몰려
산악영화 보다는 가수 관심 많아

그러나 이번 점유율에는 큰 함정이 있다.
이번 산악영화제 상영관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컸던 상영관이 2000명 이상을 수용하는 ‘알프스시네마’였다. 이 상영관은 개막식, 폐막식 등 모든 관객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상영관이었다. 이런 가운데 알프스시네마에는 실질적인 ‘산악영화’가 아니라 ‘상업영화’가 상영됐다. <히말라야>(주연: 황정민)와 <걷기왕>(주연:심은경). 특히 <히말라야>는 엄홍길 산악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관객수는 현재까지 776만명에 육박한다. 산악인들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 천만관객을 목표로 하는 영화다.

거기에 인기 절정의 가수 김연우와 김창완 밴드, 푸른곰팡이 밴드, 여행스케치, 김경호, 김종서, 박완규 등이 영화상영 전후에 차례로 나오면서 알프스시네마는 열혈펜들의 도가니가 됐다.

▲ 영화 <히말라야>의 한 장면

그러다 보니 100여석 규모의 나머지 상영관은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낮시간 동안 대부분 상영관은 관람객이 한명도 없는 상태로 있었다. 그나마 상설상영관인 알프스시네마는 안락한 의자 덕분에 관람객 점유율이 높았다.

점유율의 함정은 또 있다. 일반 시민들이 산악영화를 소화하기 힘든 것은 대부분이 기록영화나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관객들은 유명배우와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없는 ‘산악영화’를 회피해버렸다.

산악영화 보려 들어갔지만
다큐 영화 재미없어 퇴장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간월산 등산을 하고 내려와 산악영화를 봤는데 지루해서 10분을 버티지 못하고 나왔다”
“산악회의 권유로 단체로 영화를 봤는데, 5분 못가서 나왔다. 우리가 가는 산과 다르고, 산을 대하는 외국인들의 정서도 우리와 다른 것 같다”

영화제 측은 점유율을 76.7%라고 밝혔지만 기자가 현장에서 체크한 바로는 입장객의 70%는 도중에 밖으로 나왔다.

실질적인 점유율은 이런식으로 계산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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