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만남’ 프로젝트 통해 2014년부터 후배들과 협업
올해는 성시경과 컬래버한 9번째 곡 ‘늘 그대’ 발표

 

올해로 노래를 부른 세월이 48년째이지만, 가수 양희은(66·사진)은 걸어온 길을 기념하는 잔치를 연 적이 없다.

“징그러워요. 민망하고 오그라들잖아요.”

그를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안다. 하이 톤의 화통한 목소리, 직설 화법, 쨍한 눈빛 속에 숨겨진 그의 수줍음을.

“전 새 옷도 못 입어요. 사서 몇 년간 걸어두고 중력에 의해 구김이 가야입죠. 새 옷을 입는다면 원래 구김이 있거나 다리지 않아도 되는 옷. 소위 신권 느낌의 빳빳한 옷은 안 입죠. 그런 수줍음이 있거든요.”

지난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엽남동에서 만난 양희은은 어김없이 세월을 탄 듯 구김이 간 옷을 입고 있었다.

의외로 내성적이라는 그는 뜻하지 않게 시대를 노래하는 가수로 반 세기가량 보냈다. 1971년 운명처럼 만난 데뷔곡 ‘아침이슬’을 시작으로 ‘작은 연못’ ‘상록수’ ‘늙은 군인의 노래’ 등에 음악 이상의 해석이 덧대져서다.

지난달 발표한 ‘뜻밖의 만남’ 9번째 곡은 성시경이 작곡하고 심현보가 작사한 발라드 ‘늘 그대’.

협업 파트너로 왜 성시경을 택했는지 묻자 심플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냥 성시경을 좋아해요. 별 인연이 없어도 끌리는 사람이 있듯이요. 시경이와는 프로그램 출연이나 콘서트 게스트로 몇 번 인연이 있는데, 작업 같이했으면 좋겠다고 하자 ‘좋죠’라고 하더라고요.”

양희은이 ‘뜻밖의 만남’ 프로젝트를 시작한건 2014년부터다. 협업한 뮤지션은 윤종신, 이적, 이상순, 김창기, 강승원, 악동뮤지션 등. 뮤지션마다 색깔이 깃들었지만 양희은을 떠올리며 만든 곡들인 데다, 멜로디를 장악하는 특유의 보컬이 포개지니 이질감이 없다.

바람을 견딘 들풀처럼 그의 노래는 여전히 시대를 넘어 후배들에게 뻗어 나가고 있다. 지난해 아이유는 그의 대표곡 ‘가을아침’을 다시 불러 새로운 호흡을 불어넣었다. 양희은은 “야무진 친구”라며 아이유와 나눈 문자 메시지를 읽어줬다.

그는 “아이유가 작업한 곡을 이메일로 보내줬길래 곡이 나온 배경을 설명해줬다”며 “아이유는 제 호흡을 따라갈 수 없다고 했지만, 제가 나이 마흔살에 부른 노래를 잘 불렀다. 아이유가 제 손녀뻘”이라고 칭찬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