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70주년 기념행사

“국민 신뢰 뿌리째 흔들어”

작심 비판 강력개혁 촉구

방법은 자율적 해결 강조

삼권분립 원칙 의지 밝혀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대법원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 양승태 사법부 시절의 재판거래 의혹을 거론하며 “사법부의 신뢰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 사법부 개혁을 강하게 촉구했다.

문 대통령이 촛불민심을 들어 사법농단 사태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사법부의 70돌을 축하하기 위해 사법부 요인들이 집결한 가운데 이런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은 그만큼 사법부가 처한 신뢰의 위기를 엄중하게 인식, 사법부에 강력한 개혁 주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다만 사법부 개혁을 촉구하면서도 그 방법에 대해서는 사법부의 독립성과 자율적 해결을 강조, 삼권분립 원칙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그동안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언급을 삼갔던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는 마치 작심을 한 것처럼 비판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지난 정부의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이 국민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지금까지 사법부가 겪어보지 못했던 위기다. 사법부 구성원 또한 참담하고 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하는 매우 엄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만약 잘못이 있다면 사법부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이 사법부 독립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삼권분립의 원칙을 지키는 선에서, 주권자인 국민이 선출한 유일한 행정수반이자 국가정상으로서 가장 강력한 수위의 메시지를 내놓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국회가 사법개혁을 위한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 것 역시 사법개혁을 넘어 일련의 권력기관 개혁 동력을 계속 살려가야 한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날 발언에는 사법농단 의혹 수사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인식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현 사법부 엘리트들에 그런 공론을 환기하며 민심이 갈구하는 시대적 개혁 요구를 읽어내라는 주문도 담겨있다는 시각이 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대법원장, 헌재소장, 중앙선관위원장, 감사원장, 대법관, 법무부 장관, 국회 법사위원장, 국가인권위원장, 양형위원장, 대한변협회장,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전직 대법원장, 대법관, 국민대표, 법원 가족 등 240여명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조국 민정수석 등이 참석했다.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은 ‘국민이 사법부에 전하는 메시지’ 동영상을 함께 시청했다. 행사에서는 인권변호사인 한승헌 변호사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 1976년 긴급조치 위반 사건에 무죄판결을 선고한 고(故) 이영구 전 판사와 성희롱 문제에 관한 정책수립에 이바지한 김엘림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에게 모란장을 주는 등 유공자에 대한 포상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공식 행사에 앞서서는 참석자들과 전시관을 관람한 뒤 환담 시간을 가졌다. 비공개로 진행된 환담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번에 포상을 받으시는 분들은 일방적으로 저희가 선정한 분들이 아니라 국민들의 추천을 받아 선정했다”고 소개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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