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 가치 추락으로 인플레 상승 위험 커져”…시장 긍정 반응
11월 추가 대러 제재 예고…이행되면 환율·금리 추가 조정 불가피

러시아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 루블화 가치 절하를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하는 조치를 취했다. 

중앙은행은 이날 정기이사회 뒤 내놓은 보도문에서 “기준금리를 연 7.5%로 0.25% 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면서 “지난번 (7월 말) 이사회 이후 발생한 외부 환경 변화가 인플레 상승 위험을 크게 높였다”고 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 조치를 발표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외환시장에서의 외화 매입 중단 조치를 올해 말까지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 말까지 연 인플레율 전망을 당초 예상(3.5~4%)보다 높은 3.8~4.2%로 상향 조정했다. 

중앙은행은 “향후 인플레율 동향, 외부 환경 위험과 이에 대한 금융시장 반응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평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3월 기준금리를 7.5%에서 7.25%로 0.25% 포인트 내린 뒤 이날까지 금리를 동결해 왔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약 4년 만이다. 

은행은 루블화 가치가 폭락했던 지난 2014년 12월 일주일 동안 두 차례에 걸쳐 9.5%이던 기준금리를 17%까지 올린 바 있다.

다수의 예상을 깬 이날 기준금리 인상 조치는 최근 들어 가치가 크게 추락한 현지 통화 루블화를 서둘러 안정시키기 위한 공세적 조치로 보인다. 

루블화 환율은 일단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 이후 모스크바 증권거래소에서 루블화 환율이 크게 떨어지며 안정세를 보였다.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0.79루블 내린 67.46루블까지 떨어졌고, 유로 대비 루블화 환율도 0.82루블 낮은 78.95루블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러시아 금융 시장을 흔드는 최대 악재인 서방의 추가 제재가 예고돼 있어 장기적 환율 안정화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미 국무부는 앞서 지난달 초순 영국에서 지난 3월 발생한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독살 미수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고, 1991년 제정된 ‘생화학 무기 통제 및 전쟁종식법’(CBW Act)에 따라 대러 추가제재를 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국가안보와 관련한 제품과 기술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하는 신규 제재 1단계 조치는 지난달 말부터 발효했다. 

미국은 또 90일 이내에 러시아가 화학무기 사용 중단을 약속하고, 유엔 조사팀의 사찰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대러 외교관계 축소, 미국 제품의 러시아 수출 전면 금지, 러시아 은행들의 자금 조달원 차단 등을 포함하는 더 강력한 2단계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니샤 싱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보는 13일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열린 제재 정책 관련 청문회에서 러시아에 대해 11월까지 강력한 2단계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예고한 대로 대러 추가 제재를 취할 경우 루블화 가치는 1개월 새 10% 가까이 추락하고, 중앙은행은 금리를 연 8.5~9%까지 인상해야 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금리 인상 조치 뒤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서방 제재가 취해질 경우 국내 은행 보호를 위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장담하면서 “외화 계좌를 루블 계좌로 전환하도록 강제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예금자들을 안심시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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