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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N칼럼]명절 앞에 생각나는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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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16  22: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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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종 NCN 전문위원(화학산업) 전 대한유화 임원

유난히도 무덥던 여름이 지나 아침저녁으로 코끝을 스치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들녘엔 누렇게 익어가는 벼를 앞세워 결실의 계절 한가위 명절이 다가온다. 명절이 되면 가까운 친지나 고향에 대한 추억으로 헤어져 지내던 친지들이 서로 만나 그동안의 안부와 집안의 대소사를 의논하고 조상의 음덕을 기리며 제사를 지내면서 정을 나누던 모습이 우리가 살아온 명절에 대한 일상적인 모습이다. 요즈음 이런 모습은 소가족 형태의 삶이 일상화되어지고 도로와 교통수단의 발달로 거리와 시간은 단축되는데 왠지 고향은 멀어져 가며 향수로 묻혀가면서 추억속에 저장되어지고 있다.

젊은 시절 고향을 떠나 살면서 명절에 먼 길에 불편했던 교통수단에도 고향가는 기차나 버스를 타고 가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나훈아의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 이쁜이 곱뿐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그리운 나의 고향역” 노래를 들으면서 추억을 더듬으며 고생과 피로를 잊고 부모형제와 친지들을 만난다는 기대감을 안고 고향으로 갔던 생각이 난다. 빠듯한 일정에 부모형제와 친지·친구들을 만나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지내다 다시 헤어질 때는 왠지 가슴에 아쉬운 감정이 저려오곤 했다.

그런데 최근 고향에 대한 향수가 식어가는 나를 보면서 왠지 서글퍼지는 것 같은데, 나이가 들어서일까? 고향에서 날 불렸던 요인들이 많이 사라져 그런가? 사실 요즈음 고향의 모습은 하드웨어적으로는 비슷하지만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어릴 적 추억의 고향과는 많이 변했다. 어른들께 듣던 고향은 조상대대로 살았던 지역을 말한다고 했는데, 신세대는 본인이 태어나 자란 곳을 고향이라고 하며, 한발 더 나아가 요즘은 자기가 오래 살았거나 살고 있는 곳을 고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농경시대의 한 지역에 정착해 오래 살던 시대에서 산업시대로 변하면서 주거이동이 많아지고 삶의 터전 지역이 여러 곳으로 바뀌고 가족끼리도 헤어져 살면서 고향이란 단어가 본연의 의미가 퇴색되어지고 있는 것 같다.

온 마을 사람들이 일가친척이거나 이해 당사자였던 시절엔 고향에 가면 마을입구에서부터 정겨운 안부 인사를 나누며 얼굴에는 웃음으로 양손엔 명절선물을 들고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명절음식 준비를 도우며 제사상에 올리기에 품질이 부족한 음식들을 먹으면서 고향의 맛을 즐겼고 미처 인사를 나누지 못한 동네 어른 분들은 다시 찾아가서 인사를 드려야 방문인사가 끝이 났다. 저녁엔 또래 친구들과 한 집에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거나 친척끼리 동양화 등 고유의 게임을 즐기며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늦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이랬던 고향이 이제 마음의 고향으로 남고, 명절이면 고향을 그려보며 직계가족끼리 모여 조촐하게 보낸다.

그래서일까 울산이 고향인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고향에 대한 추억과 현실을 함께 겪으면서 대부분의 친인척이 울산과 인근 지역에 거주하고 있어 고향에 대한 향수는 덜 느낄지 모르겠으나 고향에서 친척과 친구들을 수시로 만나고 길흉사를 같이 하면서 정을 나누며 서로간의 우의를 쌓아간다. 울산은 60년대부터 최근까지 우리나라 산업화의 중심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울산사람들에게는 고향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하기에는 안성맞춤인 축복의 땅이었다. 반면 이런 울산에 많은 시민들은 타지에서 일자리를 찾아 울산으로 모여들어 타향이지만 수십년 동안 고향처럼 정을 붙이고 삶의 터전을 꾸려왔다. 요즈음 같은 산업화시대에 수년 내지 수십년을 살아온 울산은 내 삶의 고향이며, 남은 삶도 여기서 마감할 가능성이 높기에 더욱 그러하다.

울산은 고래가 함께 사는 바다와 산세가 아름다운 영남알프스를 같이하고 생활 인프라가 충분하고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도심과의 접근성도 편리한 편이며 문화시설도 적당히 갖춰져 있어 살기가 좋은 고장이다. 요즈음 들어 옛말의 ‘정들면 고향’이란 말이 더 실감나는데, 축복받은 울산의 기운이 다하는 것일까? 최근 주력산업이 삐걱거리면서 경제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울산을 떠나는 이웃들이 늘어 심정이 씁쓸하다. 빠른 시일 내 산업수도의 저력을 발휘해서 자치단체 인당소득 1위의 위상을 회복하여 떠나는 시민이 안주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편안한 생활과 자연과 문화를 향유하는 우리의 아름다운 고향이 되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이진종 NCN 전문위원(화학산업) 전 대한유화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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