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지난 13일 석유화학공단 인근 도로 지하에 매설된 스팀 배관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남구 선암동 명동삼거리 주변 도로 아래 매설된 대형 스팀 배관이 폭발 파손돼 다량의 스팀이 분출했다. 2개 차로 일부가 폭탄을 맞은 듯 패고, 도로에 있던 덤프트럭 1대가 파손됐다. 폭발 배관은 한주에서 한화종합화학과 롯데정밀화학으로 연결되는 직경 700㎜의 고압 관로로, 배관의 총 길이는 4~5㎞ 정도에 이르고 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스팀배관이 아닌 화학관이나 가스관 등이었다면 어찌되었을까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230여 개의 정유·화학업체가 밀집한 울산석유화학공단과 온산국가산단의 지하에는 1774.5㎞에 이르는 각종 배관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화학관 821.1㎞, 가스관 572.2㎞, 송유관 158.9㎞, 상하수도관 124.2㎞, 전기·통신관 90.8㎞, 스팀관 7.3㎞ 등이다. 대부분 매설한 지 20~50년 정도 지나 심심찮게 누출·폭발사고를 유발하고 있다. 노후화에다 무리한 굴착공사, 배관간 이격 거리(30㎝)를 두지 않은 매설행위, 작업에 따른 상시감시 체계 미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울산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땅속 시한폭탄’에 다름 아니다.

울산에서의 지하배관은 전국적으로 도심 도로사고의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는 포트홀보다 더 심한 공포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울산 시민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꼽힐 정도지만 문제는 관리수준이 이를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관 소유 기업체가 제 각각인데다 관리감독 주체도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지자체 등이 따로 놀고 있다. 만약의 사고 시 적극적인 대응이 어렵고, 지하 배관에 대한 관리도 비효율적이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더 이상의 방치는 안된다.

산업수도 울산의 특성상 지하배관의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효율적인 관리시스템을 통해 위험요소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국가산단 지하배관 통합안전관리센터가 그 중심에 있어야 할 것이다. 종류별로 각자 다른 법으로 관리되고 있는 지하매설배관의 통합 관리가 무엇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울산지역 대형사고의 최대 위험요소로 작용하는 지하배관 관리시스템 첨단화 요구는 결코 지역적 문제가 아닌 국가적 과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기본 및 실시설계비 예산확보단계에 있는 ‘울산국가산단 지하배관 통합안전관리센터’ 설립 사업부터 최대한 앞당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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