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맑음 광고홍보학박사, 리서치앤랩 대표

우리에게 익숙한 말이 이웃사촌이다. 이웃을 사촌이라 하는 이 말은 지금은 참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생활 주변에서 흔하고 정답게 쓰던 말이었다. 이웃사촌이란 말은 아마도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내게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멀리 있고 아무런 도움을 주지도 않는 친척보다는 가까이 있어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위로해 주고 작은 도움이라도 나누어 주려는 이웃이 더 좋은 것은 사실이다.

어려운 일이 없다고 해도 가깝게 지내며 정을 나누며 내남없이 함께 어울려 사는 이웃은 요즘 같이 각박한 세상을 사는데 더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말의 약점을 구태여 꼬집어 말하면 ‘가까운’이라는 수식어다. 이 수식어를 뒤집어 말하면 가깝지 않은 이웃은 오히려 나쁠 수도 있다. 층간 소음으로 피해를 주며 으르렁거리며 사는 이웃은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 먼 친척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이웃사촌은 분명 우리 민족이 가진 자랑거리지만 이 말엔 또한 부족한 것이 있다. 이웃사촌의 최대 약점은 우리 이웃이 가깝게 지낼만한 이들인지 아니면 가깝기는커녕 제발 해코지나 하지 않았으면 하는 정도인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웃을 잘못 만나 하루아침에 가정이 풍비박산 나는 경우도 있으니 더욱더 그렇다.

이웃사촌은 어찌 보면 도시화, 산업화 이전 시대에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급할 때 어디 도움을 받을 데도 없고, 도움을 줄 만한 공공기관이 없던 시절에 일손을 나누어 주고 적은 돈이라도 십시일반 도와주는 이웃사촌은 그야말로 먼 친척보다 더 가까운 형제요 자매요 한 식구나 다름이 없었을 것이다. 아니 아무 나눔도 없이 멀리 떨어져 사는 먼 친척보다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생활환경이나 주거형태가 완전히 달라진 시대를 살고 있다. 몇 십층 아파트, 완전 독립형 빌라들이 허다하다. 급하면 인터넷, 전화, 신용카드들로 적은 돈을 빌릴 곳이 흔하다. 부부가 다 맞벌이를 하며 바쁜 직장생활로 이웃과 교류하며 살만한 여유도 없는 가정들이 한 집 건너다. 아이들도 구태여 이웃에게 맡길 필요가 없다. 어린이집들이 바로 코앞에 있어 얼마든지 맡길 수 있으니 그만이다. 오히려 이웃에 맡기는 것보다 더 좋을 수도 있다. 이제 새로운 이웃사촌이 필요하다. 이전 시대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적합한 이웃사촌이 있어야 한다.

사진 한 장이 아기의 생명을 살렸다는 인터넷 SNS에서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어떤 아빠가 갓난아이가 태어나자 너무 좋아서 아기 사진을 찍어 자랑삼아 올려놓았다. 그 사진을 본 한 사람이 당장 아기를 데리고 병원을 가는 것이 좋겠다고 댓글을 올렸다. 사진을 보니 신생아 황달이 있으니 치료를 하라는 것이다. 부모는 댓글을 무시하지 않고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다. 신생아 황달이 맞고 치료하지 않았다면 생명까지 잃을 수 경우였다고 한다.

우연히 올린 사진 한 장이 한 생명을 살렸다고 하지만 사실 사진 한 장이 아니라 신생아 황달에 관한 정보를 나누어 주고 그것을 무시하지 않은 것, 즉 정보를 주고받은 공유가 어린 한 생명을 살린 것이다. 어떤 정보나 자신의 재능이나 아직 쓸모는 있지만 내겐 없어도 되는 것들을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는 사람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자신의 필요에 따라 흔쾌히 나눔을 받는 사람들이 이 시대의 이웃사촌이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제일의 인터넷 강국이라고 온 세계가 인정한다. 앞으로 더 빨라지고 더 활용도가 높아질 거라고 한다. 이 최대 강점을 여러 가지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정보를 나누고 나눔을 받을 수 있는 공유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나는 이런 것을 나누어 줄 수 있습니다. 나는 이런 것을 나눔 받았으면 합니다. 하면서 서로 다른 마음을 품지 않고 정보, 재능, 물건들을 공유한다면 인터넷 공유의 장을 통해 만난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말이 새롭게 생기지 않을까.

한맑음 광고홍보학 박사, 리서치앤랩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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