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에는 체육시설이 많다. 인구 20만의 농어촌지역에 어울리지 않게 온산운동장, 서생복지센터운동장, 범서생활체육공원, 화랑체육공원, 대암체육공원, 삼동면민운동장, 간절곶스포츠파크, 청량체육공원, 온양체육공원, 웅촌운동장, 울주군민체육관, 구영체육공원 등 12개나 있고 현재 울주종합운동장을 조성 중에 있다. 이 운동장까지 완공되면 울주군 전체 군민 1인당 운동장 면적이 전국 최대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체육군’이라는 비판이 공연히 나온 말이 아니다.

문제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는 범서·구영리를 제외하면 체육시설 이용률이 떨어지는 노령인구가 많은 농어촌 면지역이라는 점이다. 대부분 원전지원금, 산업단지 조성, 혐오시설 유치 등 인센티브 사업으로 조성된 것이라 설립에는 군비가 들어가지 않았다지만 시설 관리비가 만만찮다. 이용객수가 손에 꼽을 정도인데 한해 관리비만 수억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용률도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 형평성만을 내세워 우후죽순 체육시설을 조성한 탓이다.

울주군수가 바뀌자 지난 3월 기공식을 갖고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울주종합체육공원(삼남면 교동리)이 새삼 문제가 되고 있다. 이선호 군수는 울주종합체육공원의 주경기장이 축구장이 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전액 군비로 492억원이 들어가는 울주종합체육공원은 관중석이 있는 주경기장(축구장) 1면, 게이트볼장·족구장·테니스장 각 4면, 풋살장 1면 등 4종의 생활체육시설로 구성돼 있다. 읍면마다 있는 운동장이 대개 축구장중심인데 또다시 축구장 중심의 체육공원을 짓는 것은 예산낭비성 중복투자라는 이 군수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만시지탄이다. 이미 생활체육시설의 토목공사는 80%, 주경기장 토목공사는 17% 가량 진행됐기 때문이다. 지금에 와서 실내체육관으로 변경하자거나 축구장을 야구장 겸용으로 바꾸자는 안을 실현하기는 몹시 어려운 상황이다. 공원관리계획 변경 등의 행정절차 변경에만도 20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토목공사의 시공사와의 마찰이나 보상 등의 문제도 따른다. 공사비만 240억원이니 공사지연과 변경에 따른 손실비용이 얼마나 될지 모를 일이다. 잇단 설계변경은 정부 감사의 지적을 받게 되므로 교부세 감액도 감수해야 한다.

또한 울주군에 축구장이 많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변경사유가 될 수는 없다. 축구장 대부분이 외곽지역에 있는 불편을 고려하면 축구동호인들이 모이기 좋은 울주종합체육공원에 축구장이 반드시 필요할 수도 있다. 다른 지역의 축구장을 지역실정에 맞게 리모델링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울주군내 체육시설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바탕으로 여론도 수렴해서 결정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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