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을 다니다 IMF 시절 회사를 나와 미국으로 이민을 간 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20년간 살던 60대 남자가 후두암 판정을 받고 어렵게 지내다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고국에서 치료를 받고 회복했다.
현대중공업을 다니다 IMF 시절 회사를 나와 미국으로 이민을 간 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20년간 살던 60대 남자가 후두암 판정을 받고 어렵게 지내다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고국에서 치료를 받고 회복했다.

17일 울산 남구에 따르면 지난 5월 남구 희망복지단에 외교부를 통해 미국 댈러스 영사관에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내용인 즉슨 미국에서 불법 체류중인 최모(69)씨가 후두암 4기 판정을 받아 치료가 시급한데 마지막으로 연고가 있었던 울산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최씨는 현대중공업에 다니다 IMF 시절인 지난 1998년에 실직한 뒤 생계를 위해 가족과 함께 이민을 갔다. 하지만 미국에서 시민권을 얻지 못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생활하다 후두암 판정을 받았고, 부인과 이혼 후 자녀들과도 연락이 끊겼다. 이후 여기저기 떠돌며 어려운 생활을 해오다 현지 바오로 봉사단의 도움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했고 긴급히 응급수술까지는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최씨에게 고국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마지막 희망이었고 울산 남구청이 손을 뻗어준 것이다. 남구 희망복지단은 무거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협조를 얻어 우선 최씨가 협의체 위원이 운영하는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어 주민등록이 말소된 최씨의 주민등록을 회복시켜주는 한편 위기가정을 위한 나눔천사기금을 활용, 울산대병원 사회사업실과 협의해 수술일정도 잡고 무료간병도 연계했다. 이후 최씨는 무사히 수술까지 끝낼 수 있었고, 최근 퇴원했다. 희망복지단은 최씨가 기초생활수급자 지정을 받도록 하기도 했다.

최씨는 “미국에서 시간은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더 잘 살아보려고 간 긴 시간 동안 병을 얻고, 돌아올 길마저 막막했는데 남구청에서 손을 뻗어줬다”며 “비록 수술로 목소리를 잃었지만 많은 분들 덕분에 희망을 다시 얻었다”고 말 대신 종이에 글을 적어 마음을 전달했다. 차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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