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로, 경영진 교체 후

액상탄산소다 7배 인상

대화정밀화학 불응하자

지난 7월부터 공급끊어

석유화학업체인 카프로가 2년만에 가격을 7배나 올리는 일방적인 ‘갑질’행위로 울산지역 향토 중소 부산물 처리기업이 폐업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두 회사는 지난 50여년 간 거래관계를 터 왔으나 최근 카프로가 가격조정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대거 인상하겠다고 통보, 이를 수용하지 않자 계약을 해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향토 부산물 처리업체인 대화정밀화학(남구 여천동)은 카프로가 요구한 액상탄산소다의 공급가 7배 인상을 수용하지 못해 지난 7월1일부로 공급이 끊겼다고 17일 밝혔다.

액상탄산소다는 카프로에서 주제품 생산 후 발생하는 공해물질이다. 대화정밀화학은 액상탄산소다를 정제해 제조업체의 공정 간 발생하는 알칼리성 용액을 중화시키는데 사용되는 제품을 공급하는 중소업체다.

특히 대화정밀화학은 당초 카프로의 부산물을 전량 공급받는다는 계약 아래 설립된 회사다. 대화정밀화학과 카프로는 지난 1969년 설립된 이래 꾸준히 액상탄산소다 공급 계약을 연장해 왔으나, 올해 계약 갱신을 앞두고 문제가 발생했다.

대화정밀화학에 따르면 2년마다 돌아오는 계약 갱신일은 지난 6월30일이었다. 계약 갱신을 앞두고 6월 초 카프로 본사 측에서 기존 1t당 2500원에 공급하던 액상탄산소다를 2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최근 10년간 재계약 현황을 보면 공급가액 변동은 시장상황을 감안해 2100~2500원 사이였기에 납득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이에 대화정밀화학은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히고 이같은 가격인상을 요구하는 이유를 본사 측에 문의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1t당 1만8000원에 계약하거나 이를 수용하지 않을 시 공급계약을 해제하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실제로 7월1일부터 대화정밀화학의 카프로 울산공장 내 출입이 통제되면서 부산물 공급이 끊겨버렸다.

대화정밀화학 관계자는 “이번 계약 해지는 당초 회사설립 당시부터 액상탄산소다의 전량을 공급하겠다는 것과 계약종료 후에도 3개월 간 가격협상을 한다는 계약사항을 모두 위반한 것”이라며 “동반성장을 위한 현실적인 가격 인상안을 요구했지만 카프로 경영진은 똑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는 등 ‘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장직원과 대리점 직원 등 100여명의 일손을 놀릴 수 없었던 대화정밀화학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고체탄산소다를 사들여 기존 거래처에 납품하고 있다. 고체탄산소다의 구입비용과 액체로 만들기 위한 공정과정 등을 합치면 원가만 1t당 5만원이 투입돼 사실상 손해를 보며 운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대화정밀화학 관계자는 “최근 카프로가 우리의 기존 거래처에 가격인하를 미끼로 직거래를 종용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며 “각고의 노력 끝에 에전에는 판매가 불가능하던 부산물의 판로와 시장을 개척한 우리 업체가 하루아침에 부도위기로 내몰렸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카프로 울산공장 관계자는 “계약 건은 본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부분이라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날 수 차례에 걸쳐 카프로 본사 측과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담당자와 연결되지 않았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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