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식 삼일여고 교사

떡볶이를 좋아하는 가원. 스트레스를 받을 땐 매운 걸 먹으면 괜찮다는 말이 있다. 또 머리가 영 돌아가지 않을 땐 당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오늘은 여기에 딱 필요한 아빠표 떡볶이 레시피를 너에게 전수해볼까 한다. 너도 먹어 봐서 알겠지만 아빠표 떡볶이의 핵심은 김치와 설탕이란다. 먼저 냄비에 물을 적당량 넣고 (남들은 멸치로 육수를 낸다 하지만 아빠표 떡볶이는 숙성된 김치가 그 역할을 한단다.) 곧바로 김치와 고추장, 설탕 (남들은 적당히 넣는다 하지만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넣길 바란다. 음식은 달면 맛있단다.), 쇠고기 다시다, 대파 등을 넣고 뜨거울 때까지 끓인 후 그런 다음 떡과 어묵을 넣고 충분히 양념이 배길 때까지, 국물이 적당이 쫄 때까지 기다리면 된단다. 그럼 네가 좋아하는 맵고도 달디 단 아빠표 떡볶이가 완성된다. 그리고 기호에 따라 따로 만두를 구웠다가 양념에 무쳐 먹으면 (아빠의 고향 명물인 납작 만두를 무쳐 먹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 그것도 별미가 된단다.

이런 아빠표 떡볶이가 맛있다는 가원. 아빠가 여기에 덧붙여 맵고도 달짝지근한 인생 레시피도 사이드 메뉴로 하나 소개할까 한다. 넌 한번씩 내가 만든 떡볶이를 먹을 때면 너무 매워 눈물이 난다 그랬지. 그래도 그 달콤함 때문에 또 자꾸 먹게 된다고. 그런 시절이 있었다. 한밤중 이불을 푹 뒤집어 쓰고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길 기대하면서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을 듣던 아빠의 학창 시절. 보통 1,2시간 씩 진행되었는데, 어떤 날은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2, 3곡씩 나올 때도 있었지만 어떨 때는 마지막까지 기다려도 한 곡도 못 듣고 지나가는 날도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니 언젠가 읽었던 책 한 구절이 떠오른단다. 오늘 네게 소개할 인생 레시피다. (늘 하는 이야기이지만 책에는 인생의 모든 레시피가 담겨 있단다.)

“인생이란 음악 프로그램과 같은 거야. 정해진 시간동안 늘 자신의 귀에 맞는 노래만 들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자신이 싫어하는 노래도 꾸욱 참고 들어야 하는 법이야. 그것은 좋아하는 노래를 듣기 위해서지. 좋아하는 노래는 맨 처음에 나올 수도 있고 맨 나중에 나올 수도 있어. 하지만 좋아하는 노래가 맨 처음에 나왔다고 해서 라디오를 끌 수는 없지. 더 좋아하는 노래가 나올 수도 있는 법이니까. 마찬 가지로 좋아하는 노래가 안 나온다고 해서 라디오를 끌 수는 없지. 마지막 곡이 그렇게도 기다리던 곡일 수도 있으니까.” 김경욱 작가의 단편 소설에 나오는 한 대목이란다. 근사하지 않니? 우리 인생은 늘 매운 것과 달콤함이 공존하는 법. 맨날 좋은 노래만 들을 수는 없지. 좋아하지 않은 노래도 참고 들어야 하는 게 우리 삶이란다. 혹, 누군가는 요즈음은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지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수 있다고, 하지만 좋은 것은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무릇 나쁜 것이 있어야 더 사무치게 간절한 법이란다.

가원. 넌 지금 두 번의 수능 공부에 삶이 지쳐 있겠지. 하지만 좋은 노래는 언젠가는 반드시 나오는 법. 네 인생 최고의 노래가 나올 날을 기다려 보렴. 누군가에게 삶의 매운 에너지가 되고 달콤함을 선사하는 떡볶이 같은 사람, 그리고 인생의 맵고 달콤함을 편식하지 않고 모두 즐길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렴.

김경식 삼일여고 교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