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울산시청에서 울산국제환경영화제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울산국제환경영화제는 송철호 울산시장의 공약이다. 허언욱 행정부시장이 주재하는 토론회였음에도 송 시장이 직접 참석해 인사말을 하는 등 환경영화제 개최에 대한 열의를 드러냈다. 수필가로 활동하는 등 문화에 높은 관심을 가진 송시장은 인사말에서 환경을 주제로 한 다양한 문화행사를 묶어 국제적인 문화제를 만들자고 했다. 환경이 이 시대의 중요한 주제인데다 산업도시이면서도 공해를 극복하고 생태도시로 성장한 울산의 경험을 환경영화제로 녹여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하지만 울산에서 환경영화제를 개최하기에 적절한 시점인가라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크게 보면 환경영화제라고 할 수 있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올해로 3회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통폐합을 고려해볼 수도 있겠으나 산악영화라는 독창성을 갖고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영화제를 굳이 새로 시작하는 평범한 명칭의 환경영화제로 통폐합하는 것을 바람직하다 하기는 어렵다. 다른 도시에서 열리는 환경영화제와 중복되는 것도 문제점이다. 서울환경영화제는 올해 15회를 맞고 있다. 창원환경영화제도 12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들 두 영화제와의 차별화나 상대적 우위를 갖기도 쉽지 않다. 더 근본적으로는 울산시민들이 한결같이 축제가 너무 많다면서 줄여야 한다는데 심정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환경영화제를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반면 환경 관련 주제를 담고 있는 지역 내 많은 축제들을 일정기간에 차례로 여는 ‘따로 또 같이’ 형태를 취하면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하나의 축제로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Edinburgh Festival Fringe)’처럼 말이다.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매년 8월에 3~4주 동안 계속되는 세계 최대의 예술축제다. 문제는 환경이라는 주제다. 환경이 대중적인 재미를 추구해야 하는 문화제로서 확산 가능성이 크지 않은 주제라는 것이다. 특별히 흥미를 끌지 못하는 축제를 묶어서 규모만 키운다고 재미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똑똑한 하나’가 필요하다는 것이 울산시민들의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제를 해야 한다면 규모가 큰 축제 보다는 특정 주제에 집중한 강소전문축제가 오히려 적절하다. 제천음악영화축제가 그 좋은 사례다. 이날 회의에서 전진수 제천음악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는 “제천음악영화제는 초기에 10억여원의 예산으로 출발했으나 점점 예산이 늘어 20억여원에 이르는 등 자리를 잡았다”면서 “음악영화라는 특색을 갖춘 영화제라는 강점 덕택이다”라고 말했다. 새겨들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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