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테크노산업단지가 20일 준공됐다. 분양률 98%로 신재생에너지, 첨단융합부품, 정밀화학, 수송기계 등 67개 혁신기업들이 입주했다. 울산시 남구 두왕동에 자리한 테크노산업단지는 단순하게 공장부지를 제공하는 공장밀집형 산업단지와는 다르다. 기업-대학-연구소가 한 공간에 자리하는 본격적인 산·학·연 융합단지이다. 중후장대한 제조업 중심에서 한단계 도약해 4차산업혁명의 중심도시로 성장하겠다는 울산의 의지가 담긴 곳으로 울산의 미래에 얼마나 기여할지 사뭇 기대감이 크다.

테크노산단의 특색을 가장 잘 말해주는 대학이 이미 지난 3월에 개교했다. 울산대 첨단소재공학과·화학과, UNIST 제어설계공학과·경영공학과·기술경영전문대학원, 울산과학대 환경화학공업과 등 지역내 3개 대학 6개 학과가 이 산단내 산학융합지구에 캠퍼스를 두고 있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분원 등 3개 국책연구기관도 입주했고 민간기업연구소도 50여개가 입주했다. 연구기능이 부족한 기업과 현장실습·적응력이 떨어지는 대학과 연구소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형실리콘밸리 또는 사이언스파크로서 R&D(연구개발)에 큰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만 26세의 나이로 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부 조교수에 임용된 유니스트 출신의 백수정 박사는 울산테크노산단의 가능성을 몸소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제어설계공학과 출신의 그는 “제조 산업체와 가까이 있고 그만큼 자주 소통할 수 있는 산학융합캠퍼스 덕택에 빠른 성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테크노산단에는 중공업·자동차·부품회사 등 스마트 팩토리에 관심이 있는 산업체가 많은데, 이들과 과제를 수행하면서 제조업의 문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현장에 무엇이 필요한지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울산은 대기업의 주력공장이 밀집돼 있으나 R&D(연구개발) 기능은 수도권과 대전 등 다른 도시에 맡겨두고 있다. 중소기업들도 거의 대기업 협력업체들로 새로운 기술개발이나 독자적 성장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산업수도’라는 이름이 무색하리만치 R&D가 취약한 도시가 되고만 것이다. 울산이 갑작스런 성장정체에 직면한 것도 그 때문이다.

테크노산단은 산학연 융합을 통한 R&D 역량강화의 기대를 담은 산업단지다. 그렇다고 산단과 융합지구 준공이 R&D 구축의 완료형이라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현실적 뒷받침이 없이 입으로만 산학융합의 중요성을 외쳤던 지난날을 답습하는 어리석음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국립3D프린팅연구소의 빠른 유치 등 테크노산단이 가진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지속적인 행정적·정치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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