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7일째 고공농성 파인텍 현장 합동차례…"서글픈 명절

▲ 추석인 24일 오전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 위에서 지난해 11월부터 300일 넘게 고공농성을 이어온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노조원들(사진 위)이 추석을 맞아 현장을 찾아온 동료들(사진 아래)의 합동 차례를 보며 손을 흔들어 답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75m 높이 열병합발전소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는 금속노조 파인텍 지회 조합원들이 24일 추석을 맞아 합동 차례를 치렀다.

파인텍 지회는 이날 오전 열병합발전소 정문 앞에 차례상을 차리고 굴뚝 위의 홍기탁 전 지회장, 박준호 사무장을 소리쳐 불렀다.

먼저 차례상에 절한 차광호 위원장은 "두 동지가 오늘로 317일째 고공에 있다"며 "가족들과 함께 풍성한 한가위가 돼야 하는데 우리가 바라고 염원하는 부분들이 해결되지 않아 위에서 차례를 지낸다"고 말했다.

차 위원장은 "두 동지뿐 아니라 전국에서 투쟁하는 모든 노동자가 승리하고 노동자들이 살맛 나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었다"고 덧붙였다.

한 조합원은 "위에 있는 분들이 최대한 건강하게 내려오고, 이게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싸움을 최대한 건강하게 끝내는 것이 소원"이라며 "최대한 함께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다짐했다.

다른 조합이나 단체의 지지 발언도 이어졌다.

쌍용차지부의 한 조합원은 "노동자이기 때문에 서글픈 명절을 맞이하는 것 같다"며 "하루빨리 문제가 해결돼서 위에 계신 분들이 설은 가족들과 맞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함께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의 한 조합원은 "쌍용자동차 문제가 얼마 전 해결돼서 '다음 승리는 파인텍'이라고 했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고공농성, 단식투쟁, 오체투지 같은 것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토로했다.

현장에서는 굴뚝 위의 두 사람과 전화통화도 이뤄졌다.

홍 전 지회장은 전화로 "여기까지 와 줘서 고맙고, 특별한 추석이 될 것"이라며 "우리 동지들과 힘차게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사무장은 "명절인데 쉬지도 못하고 농성장에 와 줘서 고맙다"며 "우리도 동지들 힘을 받아서 열심히 투쟁하고 있으니 계속 힘을 보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차례를 지내고 덕담이 오간 뒤 지상의 참가자들은 음식을 비닐봉지에 포장해 굴뚝에서 내려온 비닐 가방에 넣어 올려보냈다.

천막 제조업체인 파인텍은 정리해고 문제 등으로 사측과 갈등을 겪어온 대표적인 장기 농성 사업장이다. 파인텍 노동자들은 2006년부터 사측의 정리해고, 공장 가동 중단에 맞서 농성을 벌여왔다.

홍 전 지회장과 박 사무장의 고공농성은 2014년 5월 27일부터 2015년 7월 8일까지 408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차광호 지회장에 이은 두 번째 고공농성이다.

[경상일보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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