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담론 동의하나 방법론에 의구심
국가 부담력과 사회적 편익 조화 필요
보편적 국민들이 반기는 정책 폈으면

▲ 김종국 서울교통공사 서비스안전센터장

오랜 동안 입산수도를 한 사람이 속세로 돌아왔다. 백성들은 궁핍 속에서 저마다 불만이 가득한 피곤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는 이들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주겠다며 저자거리에서 큰 세상에 대한 자신의 담론을 설파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은 사리분별이 뚜렷하고 조목조목 이치에 맞는 말이라 백성들도 큰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백성들은 점차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그는 백성들이 우매하다고 생각했고 백성들은 그를 보고 ‘도’만 알았지 세상물정을 전혀 모른다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어느 날인가부터 그는 모습을 감추었는데 다른 동네로 갔는지 다시 입산수도의 길을 떠났는지에 대해 궁금하게 생각하는 백성들은 그리 많지가 않았다.

일찍이 대처에 나가 공부를 많이 하고 외국유학을 다녀온 사람이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의 해박한 지식과 높은 식견은 동네의 자랑이자 자부심이기도 했다. 전문지식과 더불어 외국어까지 능통하게 구사하는 그는 마치 산적한 현안을 금세 해결해 줄 듯 한 구세주로 비쳐졌다. 하지만 힘깨나 쓴다는 정치인과는 같은 집안이면서도 현안 해결의 방향과 방법론이 다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서로 반목을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문중 사람들도 서로 마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를 보고 다른 문중에서는 옳다 커니 싸잡아 비난하며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는데, 하필이면 이름만 다를 뿐 해묵은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이라 이를 두고 세간 사람들은 ‘재탕’이라 불렀다.

올 추석에 우리 형제들도 여느 집안처럼 고향집에 함께 모여 차례를 지내고 서로 덕담을 나누게 되었는데 어쩌다보니 ‘성장담론’이 추석날 아침 밥상머리에서 뭇매를 맞게 되었다. 우리 가족 구성원들의 직업은 전업주부를 비롯해 소상공인, 자영농, 공직과 회사원, 교사와 학생까지 매우 다양한데 거주지도 서울과 경기도 그리고 부·울·경 지역이니 우리는 이를 ‘보편적 국민 가족’이라 부르기로 했다. 성장담론에 처음 불을 지핀 것은 어머니의 ‘복지론’이었는데 기초연금이 5만원이 올라서 좋기는 한데 결국은 자식들이 그만큼 세금을 더 내야 되는 것이 아니겠냐며 불편해 하셨다. 아이 셋을 키우는 여동생은 막내가 초등학생이라 ‘아동수당’을 못 받는 것이 자못 아쉽고, 갓 제대한 아들과 조카는 청년수당 정책이 궁금하다. 의류점을 하는 조카는 최저임금 인상이 불만이고 회사원인 동생은 주 52시간 때문에 일거리를 싸들고 퇴근한다며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니라 ‘주말이 없는 삶’이 되었다고 불평이다. 재건축 아파트가 있는 형수님은 공시지가 인상 등 주택정책이 문제라며 ‘팔까말까’를 저울질 하고, 정작으로 공직에 있는 동생과 나는 속으로 국민연금 불입액과 지급 시기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결국 보편적 국민들은 성장담론의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하나 ‘추가비용을 누가 내느냐’는 문제와 ‘지금은 때가 아닌데’라는 의구심과 함께 ‘나라가 직접 돈을 내는 것도 아니면서 너무 인기만 끌려고 좋은 것만 골라서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각 계층별로 ‘어쩔 수 없는 각자도생론’에 골몰하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 또한 ‘그리스·베네수엘라의 파탄 사례’를 걱정하듯이 앞으로의 성장담론은 국가적 부담능력과 사회적 편익 보장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과 방법론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타임과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보편적 국민’들이 마음으로 반기는 정책을 기대해 본다. 김종국 서울교통공사 서비스안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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