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만 울린듯한 北의 비핵화조치
핵협상 중재자로 나선 문대통령은
상대 의도에 확신을 가질수 있을까

▲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국제관계학

어떠한 협상이건 국가 간 협상이 어려운 것은 상대방의 ‘능력’과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석학들이 외교관계를 포함해 모든 국제관계는 신중함(prudence)을 그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설파해 왔던 것이다. 한국이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에서 매번 뒤통수를 맞았던 것은 이 부분에 있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이에 세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일견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매우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해 진행된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았다. 순안공항 영접에서부터 대동강 수산물식당에서의 만찬, 백두산 천지 방문 등 보기 좋은 장면이 계속 연출되었고, 제재 해제 조건부 남북한 경제교류 및 협력과 군사적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을 위한 합의들이 이루어졌다. 그래서인지 50% 이하로 하락하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10% 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이어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해 주기도 하고, 유엔으로 달려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을 호소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그런데 그 합의 내용에 있어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눈에 확 띈다. 서해 북방한계선 지역에 관한 합의나 비무장지대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도 문제이지만 비핵화 부분은 실제로 진전된 것이 없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빠른 시간 안에 비핵화를 달성하고 경제발전에 매진하고자 한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전해 주었지만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 절박하게 이를 언급한 적이 없다. 지금까지의 팩트(facts)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7월6일 방북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을 면담하지도 못했으며, 그 후 김영철 부위원장이 4차 방북을 앞두고 있던 폼페이오에게 북한에게 ‘줄 것(종전선언)이 없으면 오지도 말라’는 서신을 보냈고, 트럼프 미 대통령이 격분해 폼페이오의 방북을 막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북한이 선제적으로 비핵화를 했다고 하는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나 동창리 로켓시험장 해체 등도 실질적 비핵화와는 거리가 멀다. 실질적 비핵화는 북한 핵목록 제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과 검증, 사실상의 핵무기 및 핵시설 해체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북한이 선제적으로 했다는 비핵화 조치는 변죽만 울리는 것에 불과했다.

우리가 확실하게 알아야 하는 것은 비핵화에 관한 한 미국이 그 방법을 가장 잘 알고 있고 정보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의도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그 동안 남북한 간 평화정착과 긴장완화를 위해 보인 노력은 십분 인정하면서도, 무엇을 근거로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에 관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취하고 있는 중재자 역할론도 맞지 않다. 한국은 비핵화 협상의 직접적 당사국이다. 북한 핵무기는 스커드계열이 가장 많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 스커드 계열의 미사일들은 한국의 핵심시설을 겨냥한 것으로 한국의 방공망으로는 방어가 어려운 단거리 미사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최소한 이 부분에 관한 단 한마디의 합의라도 있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의지는 한국인들에게 객관적 신뢰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북한의 능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북한의 의도에 대한 확신은 아직 갖기 어렵다는 것, 이것이 현실이다.

김주홍 울산대학교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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