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 액상화 현상이 피해 키워…“마을 전체 삼키기도”
구조대, ‘통신두절’ 피해지역 진입…진흙 속 학생 주검 무더기 발견

▲ 쓰나미로 큰 피해를 본 인도네시아 팔루의 도로. [AFP=연합뉴스]

“악몽 그대로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에서 강진과 쓰나미가 발생한 지 5일이 지나면서 피해 지역의 참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간 통신과 교통이 두절된 피해 지역 곳곳에 구조대가 진입하면서 끔찍한 피해 소식이 차례로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국제적십자사 소속 구조대는 술라웨시 섬 동갈라 리젠시(郡) 인근까지 진입했다.

30만명 이상이 사는 동갈라 시는 팔루 시와 함께 이번 재해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으로 꼽힌다. 팔루보다 진앙에 더 가깝지만 통신, 전기 등이 모두 끊기면서 그간 현지 소식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다.

얀 겔판드 국제적십자사 인도네시아지부 대표는 “피해 지역의 상황은 악몽”이라며 “동갈라에 대한 구조대의 첫 보고서에 따르면 그곳은 (지진과 쓰나미) 두 재난으로 심각하게 강타당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재난당국은 이번 강진과 쓰나미로 2일까지 1천234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갈라 등의 피해 상황이 집계되면 사망자 수는 수천 명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적십자사 구조대는 팔루 인근에서도 속속 희생자를 발견하고 있다.

팔루 남동쪽 산악지역에 자리잡은 시기 비로마루 지역에서는 34구의 학생 시신이 진흙 속에서 무더기로 발견됐다.

국제적십자사 인도네시아지부 대변인인 아우리아 아리아니는 AFP통신에 “이 지역 교회수련센터의 캠프에서 86명의 학생이 실종된 것으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특히 구조대는 지진으로 지반이 진흙처럼 액상화(Liquefaction, 液狀化)된 탓에 피해지역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리아니는 “진흙을 헤치고 걸어가야 하는 점이 가장 어려운 문제”라며 “시신을 구급차까지 옮기려면 한 시간 반을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술라웨시 섬에서는 강진으로 인한 토양 액상화 현상이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1차로 강진이 닥친 후 이어진 토양 액상화 현상이 피해를 더욱 키운 것이다.

물을 함유한 토양이 강진으로 충격을 받으면 땅이 진흙처럼 변하면서 물처럼 흘러다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지반 위에 자리 잡고 있던 각종 구조물도 물 위를 떠다니듯 미끄러지거나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자카르타포스트는 이 같은 토양 액상화로 인한 진흙이 팔루 시 남쪽 페토보 구를 휩쓸면서 그곳에서만 2천명 이상이 매몰돼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자카르타글로브도 지반 침하와 토양 액상화로 가옥 2천400채 이상이 파괴됐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재난당국도 팔루 인근 마을에서 1천700채의 가옥이 토양액상화로 인해 휩쓸려 들어갔다며 “페토보 구에서도 엄청난 양의 진흙이 빨아들이듯 집 구조물들을 삼켰다”고 설명했다. 

재난당국은 페토보 구에만 744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며 “수백 명의 희생자가 아직도 진흙 속에 묻혀있다”고 말했다.

특히 토양 액상화 장면이 고스란히 찍힌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면서 지진 당시 주민의 공포와 충격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영상을 보면 멀쩡하던 집이 마치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듯 이리저리 떠다닌다. 큰 나무도 춤을 추듯 흐르는 진흙 위에서 중심을 잃었다.

이 같은 토양 액상화 현상은 간척지 또는 지하수, 바다 등과 가까운 지대에서 쉽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타카 가마이 일본 교토대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자연적으로 오랜 기간 형성되는 지반과 비교해보면, 짧은 기간에 인위적으로 조성된 곳에서는 토양 입자들 간의 연결이 느슨해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1년 일본 대지진 때 대부분이 간척지인 우라야스 시의 86%가 토양 액상화 피해를 입기도 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덧붙였다. 

팔루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만에 접해있는데다 강, 정글 등이 가까워 지진 발생 때 토양 액상화 피해에 쉽게 노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로이터통신은 위성사진을 통해 팔루 지역에 쓰나미가 강타하기 전과 후의 장면을 비교해 공개했다.

사진을 살펴보면 강진과 쓰나미로 해변 마을이 뭉개진 뒤 엄청난 잔해가 바다로 흘러나간 것을 알 수 있다.

앞서 술라웨시 섬에서는 지난달 28일 오후 규모 7.5의 지진이 발생했다.

곧이어 발생한 쓰나미가 팔루 시 해변 등을 덮쳐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