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을 그리고 세상을 읽는다
7. 선암호수공원 -공간 틈 사이에 흐르는 생기

▲ 2018년 10월. 선암호수공원. 137x49㎝. 한지에 수묵담채. 최종국

선암호수공원은 신선암에서 비롯됐다. 신선산 정상에 있는 신선바위 이름을 줄여 선암이라 했다. 이것으로 지명을 삼은 동네가 울산 남구 선암동이다. 신선바위에서 올라 보면 서쪽으로 아파트가 늘어선 시가지가 있고 동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일직선으로 호수에 떠있는 섬처럼 자그마한 언덕 발음산이 보인다. 이 산을 둘러싼 호수가 선암저수지로 근처 공업단지에 비상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1964년 선암댐으로 확장, 조성되었다. 그러다가 선암호수가 공원이 되면서 도심 속 자연생태 공간으로 사람들을 불러 생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다. 겉만 보면 오히려 공단 쪽에 있어 생태 환경적으로 열악한 곳에 있다고 여겨지는 선암호수공원이 지금은 살아있고, 살아가고픈 기운을 품어대는 공간이 되었다. 이 같은 공간 친화적 요인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나는 그 비밀을 알기 위해 신선산 신선바위에서부터 답사를 시작했다. 신선은 산 정상에서 바위를 타고 놀았다지만 나는 산에서 호수로 가서 놀다가는 순서를 택했다.

나는 선암호수공원의 공간이 틈을 낳고
그 틈 사이에서 생기가 생겨나 흐른다는 사실을 느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생각하면 인가의 삶도
일과 휴식 사이, 바쁨과 느림의 틈 사이에 있다.
틈에서 생기가 생겨난다.

하늘과 땅 사이에 틈(허공)이 있기에
바람을 타고 새들은 날고 꽃은 물을 얻어
틈(공중)에서 피고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틈이 있기에 만남이 이루어진다.
자연과 우주도 틈이 있기에 우리가 숨 쉬며 산다.
선암호수공원도 그렇다.

신선바위 솔내음 길을 따라 내려오면 어린애들이 노는 무지개놀이터를 지난다. 도토리 모양의 놀이 기구를 타고 내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바닥을 기면서 걸으면서 노는 아이들이 모습이 햇볕을 받아 반짝인다. 생기가 공기처럼 퍼져간다. 선암호수공원 2구간인 생태학습지로 다가간다. 드문드문 조각물들이 놓여 있는 습지에는 바람이 불 때마다 갯버들, 당버들과 부들이 몸을 흔든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흔들린다. 그들도 그렇다. 호수에는 청둥오리들이 떼를 지어 물을 간질이며 장난질이다. 물결에 흔들리지만 물에 젖지 않는 날개를 그들은 가지고 있다. 인간도 청둥오리처럼 세상살이 파도에 흔들리면서도 세속에 휩쓸리지 않고 헤쳐 나갈 수 있는 날개(생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연꽃 습지로 간다. 연꽃은 지고 연잎들이 연못을 덮고 있다. 인공 물레방아와 분수대에서 연신 물을 뿜어댄다.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장미터널로 들어가 호수 둥근 길을 따라 돈다. 걸어가는 사람들의 산책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는 경쾌한 걸음이다. 댐이 보이고 아파트가 호수를 들어다 보고 있다. 멀리 공장들이 보인다.

▲ 울산선암호수공원

다시 습지를 지나 3구간인 테마 쉼터와 피크닉 광장과 인공암벽장이 있는 곳으로 간다. 테마쉼터에는 미니종교시설로 전국에서 가장 작은 교회와 사찰과 성당으로 한국기록원에 등재되어 있다. 호수교회(湖水敎會)는 선암호수공원에 있는 미니 교회로 길이 2.9미터, 폭 1.4미터, 높이 1.8미터 미니교회로 한 두 사람이 겨우 들어가고, 안민사(安民寺)는 길이 3미터, 폭 1.2미터, 높이 1.8미터로 뜰에는 돌로 만든 거북이와 기도하는 손 모양의 의자가 있다.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의 모양을 본떠 만든 성베드로 기도방은 길이 3.5미터, 폭 1.4미터, 높이 1.5미터이다. 글자 그대로 종교를 테마로 평안과 안식을 기원하는 특색 있는 장소이다. 피크닉 광장은 소풍 휴식 공간이며 인공 암벽장은 생동하는 활기가 벽을 타고 오르는 곳이다. 다시 호수 가로 나와 거닐고 앉자 쉬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신선정이 산 위에서 호수를 내려다보고 있다. 신선바위의 허연 모습이 호수의 물빛과 겹쳐졌다.

그때서야 나는 선암호수공원의 공간이 틈을 낳고 그 틈 사이에서 생기가 생겨나 흐른다는 사실을 느꼈다. 그것은 이렇다. 선암호수는 지형적으로 산과 산 틈 사이 계곡에, 도시 주거지와 공장지대 사이에 있다. 선암호수공원은 높은 곳을 지향하는 신선과 노자의 말처럼 낮은 곳에 거처하면서 최상의 선을 이루는 호수(물) 사이에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생각하면 인간의 삶도 일과 휴식 사이, 바쁨과 느림의 틈 사이에 있다. 인간은 언제까지나 바쁘게 일만 할 수 없고 언제까지나 느릿하게 휴식만 취할 수 없다. 틈에서 생기가 생겨난다. 하늘과 땅 사이에 틈(허공)이 있기에 바람을 타고 새들은 날고 꽃은 물을 얻어 틈(공중)에서 피고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틈이 있기에 만남이 이루어진다. 자연과 우주도 틈이 있기에 우리가 숨 쉬며 산다. 선암호수공원도 그렇다. 그림= 최종국 한국화작가·글= 문영 시인·비평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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