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애인 ‘지역사회 돌봄’은
심리안정과 고품질 삶 돕는 제도
사회 공동 책임감으로 지지 필요

▲ 김병수 울산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

지난 10월2일은 제22회 노인의 날이었다. 이와 관련해 이번 한 주는 각종 경로행사들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7%를 돌파하면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현재는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14%를 넘어 ‘고령사회’가 됐다. 통계청의 인구추계에 따르면 2026년 노인인구는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된다. 울산시 노인인구는 전국 통계보다 다소 낮지만 시 전체인구 중 노인인구가 10%를 넘어 고령사회가 눈앞에 와 있다. 또한 고령화 속도가 빨라 수년 내에 전국 통계와 비슷해질 것으로 보인다.

분명 오래 사는 것은 좋은 가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노인인구의 증가는 사회보험제도의 재정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약하게 한다. 국민연금 수급기간의 증가와 치매, 중풍 등 장기간 요양을 필요로 하는 노인성 질환 환자의 급증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더욱 악화시킨다. 이는 곧 보험료 인상을 불러오고 결국 소득자의 가처분소득 축소로 이어져 경기침체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놓고만 보면 많은 사람들의 보편적 바람인 오래 사는 것이 국가적 위기를 만드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따라서 고령화문제는 모두의 지혜를 모아 대처해야 할 국가적 과제임에 틀림없다.

정부는 포용적 복지, 지역사회 돌봄(community care)을 복지정책의 방향으로 설정하고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변화를 시작했다. 일단 포용적 복지의 배경인 포용적 성장론이나 소득주도 성장론 등은 사회·경제학자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려 제쳐 두고자 한다. 다만 ‘지역사회 돌봄’은 매우 환영할 복지 정책의 방향임에 동의한다. 문제는 ‘지역사회 돌봄’을 만들기 위해서는 매년 엄청난 복지예산을 필요로 하는데 그와 관련된 예산확보 방안의 제시가 미흡해 정책성공을 낙관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지역사회 돌봄’을 쉽게 정의하면 그동안 사회복지시설 등에 격리해 보호하던 장애인, 노인, 아동 등 돌봄 대상자들을 가족이 있는 지역사회 내 가정에 머물게 하면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노인이나 장애인이 복지시설에 오래 생활하면서 발생됐던 정신적, 신체적 부작용을 막는 인권 친화적 조치이다. 다른 유사한 개념으로는 장애인이나 노인을 시설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탈시설화’와 정신 장애인을 오랜 기간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하던 것을 퇴원시켜 치료와 지원을 병행 하는 ‘탈병원화’의 개념과 유사하다. 결론적으로 ‘지역사회 돌봄’은 사회복지대상자의 사회적 격리를 막고, 찾아가는 서비스 제공을 통해 심리적 안정과 삶의 질을 높이는 선진복지 모형이다.

중증 장애인과 치매, 중풍질환 노인들이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지역사회 돌봄’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첫째 주거 생활환경이 거동불편상태에서도 불편이 없도록 대폭 변화돼야 한다. 가령 건축의 경우 누구에게나 이동이나 활동에 장애가 없는 소위 말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도입돼야 한다. 둘째, 도시전체 환경도 변화돼야 한다. 리프트가 장착된 대중교통과 이동약자를 위한 편리한 교통수단의 확충과 함께 턱이 없는 보행로와 차도 등 도시전체의 이동과 보행 환경이 동시에 개선돼야 한다. 셋째, 접근이 용이한 재가서비스의 확충과 함께 개인별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케어 전문 인력의 확대와 적절한 처우개선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지역사회돌봄의 핵심은 ‘우리 지역사회 문제는 우리지역 스스로 해결한다’는 시민의 지역공동체 의식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복지서비스의 향상, 발전을 위한 재원을 국가재정으로 감당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증세 없이는 한계가 있고 증세 또한 정치적 부담을 떠안고 있다. 또 세금은 덜 내고 싶지만 복지서비스는 더 좋고, 더 많이 받고 싶은 국민의 니즈를 뛰어 넘을 묘책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기업의 혁신적 사회공헌이 복지재원을 보충해 주는 한 요소로 부각되기도 한다. 그동안 기업사회공헌은 시혜적 대응에서 기업홍보의 대체로 발전해 오다가 최근 지역사회의 공동 책임감으로 확대되는 시점까지 와 있다. 결론적으로 ‘지역사회 돌봄’은 시대적 과제이자 동시에 시민 모두의 문제로서 정부 정책의 의도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시민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 해 보인다.

김병수 울산시사회복지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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