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함보다 쌀쌀함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지는 요즘이다. 아침저녁으로 크게 벌어지는 일교차에 따른 건강에만 유의한다면, 가을은 1년 4계절 중 가장 날씨 변화 없이 맑고 푸른 하늘이 이어지는 쾌적한 계절이다. 하지만 이런 평온함을 깨는 녀석 하나가 있다. 바로, ‘가을 태풍’이다.
태풍은 적도 부근에서 발생하는 저기압으로, 중심부 최대 풍속이 초속 17m(우리나라와 일본 기준)가 넘는 강한 폭풍우를 동반하고 있다. 적도 부근에서 발생해 북상하는 태풍은 남쪽의 남는 에너지를 북으로 전달해 지구의 열적평형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구에서 꼭 필요한 기상현상 중 하나이다.
태풍은 한 해에 26개 안팎으로 발생하는데, 이 중 3개 정도가 7~9월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 여름철에 태풍을 쉽게 떠오르지만, 가을에도 간헐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문제는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2007년 ‘나리’ 등 역대 최악의 태풍은 주로 가을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가을태풍이 강력한 힘을 갖는 이유는 해수온도는 육지와 다르게 여름철 내내 계속 오르다가 가을 시작 무렵에 가장 높은 온도를 나타내기 때문에 태풍에 최고의 에너지원이 된다. 여기에 북태평양고기압의 수축은 태풍을 한반도 내륙, 특히 서해보다 대한해협으로 향하게 만드는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한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제25호 태풍 ‘콩레이’가 한반도 남쪽을 향해 북상 중이다. 오는 6일(토) 밤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제주도에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전 이맘때 부산에 상륙한 ‘차바’와 비슷한 경로이다. 이 ‘차바’로 울산은 가을태풍의 위력을 체험했다. 태풍이 몰고 온 열대성 수증기가 북쪽의 찬 공기와 부딪히고, 여기에 영남알프스 산맥을 만나 태풍의 진행 방향인 북동쪽에서 시간당 100㎜ 안팎의 집중호우가 내리며 하루에만 266㎜의 비가 내렸다. 가을에 내려야 할 모든 비의 양이 하루 만에 내린 꼴이다.
대개 가을철 태풍은 대륙의 찬 공기와 태풍이 몰고온 습하고 따뜻한 공기가 만나서 특히 태풍의 전반부에 강한 비를 내리는 경향이 있어 주말 휴일 동안 태풍에 따른 피해가 없도록 비와 바람 모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