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 안전기준 강화 종합대책 울산설명회 ‘파행’

▲ 4일 울산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 주최 원자력 안전기준 강화 종합대책 지역별 설명회에서 울산탈핵공동행동 회원들이 공청회 개최를 주장하며 단상 위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김도현기자 gulbee09@ksilbo.co.kr

탈핵울산, 단상에 올라 피켓시위
홍보 부족으로 참석자 50여명뿐
탈핵단체 배제·촉박한 통보 지적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강화되는 원전 안전기준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수립을 위해 울산에서 ‘설명회’를 개최했지만 ‘파행’으로 얼룩졌다. 탈핵단체가 “공청회와 설명회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른데, 원전이 없는 서울에서는 공청회를 연 반면 100만명이 넘는 이해당사자가 살고 있는 울산에서 공청회를 열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원안위의 홍보 및 여론수렴 부족에 대한 질책이 잇따른 가운데 원안위는 추후 설명회를 다시 열고 공론의 장을 마련하기로 했다.

원안위는 4일 울산박물관 대강당에서 ‘원자력 안전기준 강화 종합대책(안) 울산 설명회’를 열었다. 그러나 주최측의 설명회 추진배경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 도중 탈핵울산공동행동 관계자가 단상에 올라와 이의를 제기했다. 회원 6명은 ‘설명회가 웬말이냐 주민공청회 실시하라’ ‘시민안전 우선이다 설명회 NO 공청회 YES’ 등의 문구가 적힌 선전판을 들고 함께 단상에 오르면서 시작부터 중단됐다.

용석록 탈핵울산 사무국장은 “지난 4월 경주에서 열린 동남권 공청회 이후 울산 설명회를 공청회로 대체해달라고 수차례 건의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공청회 개최 약속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원안위 관계자는 “공청회와 설명회는 큰 차이가 없다. 전문가 패널 토의보다는 지역 주민의 의견을 집중적으로 듣기 위해 설명회를 개최했고 질의응답 시간도 많이 배정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다수의 참석자들은 지역별로 원전 안전에 대한 인식 차이가 분명한 만큼 울산의 여론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공청회 개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손종학 시의원은 “별 연관이 없는 수도권 2000만 시민의 이해보다 직접 영향권에 거주하는 울산시민들의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며 “공청회는 여러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라면 설명회는 일방통보식의 자리라는 인식이 많은 만큼 반드시 울산에서도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보 부재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설명회가 열린 울산박물관 대강당은 230석 규모인데 불과 이날 설명회에는 지자체 관계자와 시민 등 불과 50여 명이 참석했다.

원안위는 당초 울산 설명회를 6월로 계획했다가 라돈침대 파동 등의 내부 사정으로 설명회를 연기했다. 이후 지난 9월6일 울산시에 설명회 개최 관련 홍보 협조 공문을 발송했고, 시는 5일 뒤인 9월11일 각 구군에 다시 협조 공문을 보냈다. 구군은 추석 직전 관련 단체들에 설명회 개최를 통보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설명회 개최 사실은 거의 홍보되지 않았다.

용 사무국장은 “(탈핵단체도)설명회 개최 사실을 원안위나 지자체가 아닌 제3자를 통해 전해 들었다”며 “원안위는 지역사무소에, 지역사무소는 지자체에 홍보를 요청했다고 떠넘기며 책임을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원전에 우호적인 시각을 가진 참가자들 역시 탈핵단체의 배제에 의문을 제기했다. 원전 안전 문제는 찬반론자 모두의 문제이며, 원전의 안전을 위해서는 균형 잡힌 목소리를 두루 듣고 최적의 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촉박한 개최 통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원안위가 설명회에서 어떤 부분을 말할지 정도는 알고 와야 하는데 전혀 알지 못했다. 자료도 오늘 처음 봤다”며 “과연 일반 시민들이 설명만 듣고 제대로 이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의 질타를 받은 원안위는 이후 회의를 열었고, 설명회 연기를 결정했다.

이경용 원안위 안전정책과장은 “더 많은 시민들이 참석할 수 있게 홍보를 강화해 추후 다시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시민단체 등의 추천을 받아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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