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완 울산 중구청장

옛말에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현대사회로 발전됨에 따라 개인의 가난과 경제적 어려움은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해결해야하는 사회문제로 바뀌어 나갔다. 그것은 케인즈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절된다고 믿었던 경제균형에 1920년대 대공황을 겪으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생겨났다.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테니시강 유역 개발계획을 주축으로 뉴딜정책을 펼쳐 대공황을 극복했다. 지금까지도 뉴딜정책은 경제불황을 타개하는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도 현재 실업률이 상승하고 선박, 자동차 등 국가의 근간산업이 흔들리는 등 경제불황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에서는 많은 정책을 펼쳐왔다. 공적자금을 투입해 기업회생을 돕기도 했고, 창업과 벤처기업을 장려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직업교육을 실시해 취업과 재취업을 지원하였다. 그런 노력에도 경제는 여전히 불황이다.

우리 중구를 비롯한 전국의 광역·기초자치단체는 민선 7기에 돌입했고 100일을 맞았다. 뉴딜정책과 같은 공약을 발표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 중구도 조직을 개편하고, 인사를 단행해 공약실천의 첫발을 내딛었다. 9월에는 공약실천평가단 회의를 통해 실천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공약을 선별했다. 공약을 정비하고 선별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중앙정부도 해결하기 힘든 경제불황을 타개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중구의 정책방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았다. 대부분은 중앙정부도 아닌 기초자치단체에서 그런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이다. 그러나 중앙정부든 지방자치단체든 주민과 국민을 위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야하고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와 자활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정말 지방자치단체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불가한 정책일까? 매년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경제통계 중 고용유발계수(10억원의 재화가 팔릴 경우 발생되는 직·간접 고용인 수를 나타내는 경제지표)에 따르면 취업알선과 여행알선 등 사업 관련 지원서비스 계통의 산업이 고용유발계수가 25.4명으로 가장 높았다. 전문·과학·기술서비스, 교육서비스, 보건·복지서비스, 문화 및 기타서비스 산업 등이 뒤를 따랐다. 이 같은 서비스는 행정영역에서 시행 중인 사회문제에 대응하여 강화하면 발전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일자리창출을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새로움에 한정될 필요는 없다. 개개인 가지고 있는 역량과 적성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기존 일자리와 연계시킴으로서 일자리는 재창출된다. 일명 ‘헤드헌터’가 하나의 직업으로 그 서비스가 고용유발계수가 높은것 같이 지자체에서 집중적으로 일자리를 연계시켜 많은 사람들의 자활의 길을 열 수 있다. 일자리는 단순하게 중구 관내에만 한정지을 것이 아니라, 울산전반과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이 가능한 경주, 양산 등 인근 지역도 고려할 만하다. 이미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협동조합 등 사회경제적 기업의 발굴육성 또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사회경제적 기업은 취업유발계수통계에 따르면 38.2명으로 전체 산업이 12.9명인 것에 비해 월등하고, 수익이 구성원들에게 공평하게 배분되는 양질의 일자리다. 그러므로 기존에 시행하는 정책과 사업에 행정력을 집중시켜 발전하면 이런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미래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혁신교육과 복지서비스 강화, 혁신도시와 장현첨단산업단지 등 우리 중구가 가진 잠재자산을 크게 만들어야 한다. 잠재자산은 단기간의 효과를 가져 오지는 않지만 장래를 위해 잠재자산에 대한 투자는 꼭 필요하다. 교육이 미래의 산업인력을 양성한다면 혁신도시와 장현첨단산업단지는 미래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지금은 혁신도시 이전공공기관이 자리를 굳건하게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긴밀한 정책협조를 이끌어 내야할 때다. 그리고 장현산단의 조기정착을 위해 노력한다면 중구의 미래를 한층 준비된 상태로 맞이할 수 있다. 결국 지역발전은 행정에서 지역의 잠재성을 확인하고 행정력을 특화하여 시행하는 것으로 이룰 수 있다. 지금은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 실천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지 않는다고 길은 없는 것이 아니기에 오늘도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가야 한다. 박태완 울산 중구청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