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콩레이 영향으로 침수

이물질 많고 유속까지 거세

바위그림 훼손 불가피할듯

수면위 나오기까지 한달 전망

▲ 지난 6일 태풍 콩레이 영향으로 흙탕물 속에 잠겨있는 반구대암각화 일원.

사진제공=이달희 반구대포럼 상임대표

“이게 무슨 국보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울주 대곡리 반구대암각화’(국보 제285호)가 태풍 콩레이로 인해 또다시 흙탕물에 잠겼다. 지난 2016년 10월 태풍 차바 이후 2년 만이다.

울산시와 문화재청 등 정부측이 수십년째 보존방안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암각화의 침수가 반복되면서 세계적인 국보급 유적에 대한 관계당국의 안이하고 느슨한 대처가 또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7일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태풍 콩레이가 내습한 지난 6일 오전 7시40분 사연댐의 수위가 53m를 기록했다. 아래 부분부터 서서히 잠기기 시작한 반구대암각화는 같은 날 오후 8시40분시께 완전 침수됐다.

이어 바위그림 전체가 물에 잠긴 상황은 태풍이 물러간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상류쪽 계곡물이 계속해서 유입돼 수위가 오히려 더 상승했기 때문이다. 7일 오후 5시50분 기준 반구대암각화 상류에 위치한 사연댐 수위는 57.6m를 기록했다.

반구대 암각화는 만수위가 60m(평소 48m 수위유지)인 사연댐 수위가 53m를 넘어서면 아랫쪽 그림부터 물에 잠기기 시작해 57m에 이르면 완전히 침수된다.

지난 주말 반구대암각화 전망대를 방문한 시민들은 대곡천 너머 흙탕물 속에 완전히 자취를 감춘 바위면을 보면서 “이물질이 많은데다 유속까지 거센 흙탕물 속에서 바위그림 훼손은 불가피 할 것”이라며 “이게 무슨 국보냐?”고 탄식했다.

6~7일 이틀 연속 전망대를 방문해 침수과정을 영상과 사진으로 남긴 이달희 반구대포럼 상임대표는 “십수년째 반복되는 암각화 침수현상에 대해 통탄스러울 따름이다. 잔인한 물고문이 언제쯤 끝날 지 기약조차 할 수 없어 더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편 물에 잠긴 반구대암각화의 상류 바위그림이 완전히 수면 위로 올라오기까지는 한달여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연댐은 취수시설을 통해 천상정수장으로 매일 일정량의 식수를 흘려보내며 수위를 낮추게 된다. 다만 이번처럼 물이 한꺼번에 차오를 경우 공업용수관을 통해 좀 더 많은 양의 물을 흘려보내는 방법도 있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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