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생활 중시되는 사회분위기
가족 함께 알찬 시간 보내기로
생명나눔의 헌혈 동참 어떨까

▲ 홍두화 대한적십자사 울산혈액원장

지난 7월1일,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었다. 노동자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2021년 7월부터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이에 따라 일과 가정의 양립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문화가 기업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고, 많은 기업들이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해 직원복지를 강화하며 기업문화 혁신을 꾀하고 있다. 기업들은 남성육아 참여 지원 프로그램 운영, 취미활동과 친목 도모 등 사내 동호회 지원, 사내외 봉사활동 지원 등 워라밸 트렌드에 맞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소속된 공동체에 가치를 두던 기성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는 개인적 시간을 보다 중시하고 여가생활에 많은 의미를 두고 있으며, 특히 주말과 공휴일에는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보다 큰 가치를 두고 있다.

그럼, 매일 야근과 부족한 수면, 집 청소 등으로 주말을 보냈던 30~40대 직장인들이 잃어버린 주말을 되찾은 지금 주말에 남는 시간을 가족들과 보다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대안은 없을까?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교육이 될 수 있고 가족들이 함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10월초, 울산시 남구 삼산동 헌혈의집에 한 부부가 자녀와 함께 특별한 주말 나들이에 나섰다. 헌혈 경험이 많은 부부는 근교 드라이브 대신 아이들에게 헌혈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고민 끝에 아이를 데리고 헌혈의 집을 방문, 생명 나눔 봉사활동에 함께 참여한 것이다.

주말 헌혈의 집을 방문해보면 친구, 지인, 연인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헌혈에 참여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헌혈이 단순한 개인의 생명 나눔이라는 차원을 넘어서서 여럿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랑 나눔의 실천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대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사회 전반적인 사랑 나눔의 분위기를 ‘워러밸(Work and Love Balance)’이라는 말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일과 사랑의 균형’을 뜻하는 이 표현은 개인주의의 확대로 사랑에 대한 감정이 메말라 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사랑이 충만한 삶의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가족 단위의 헌혈의집 나들이는 실질적인 사랑 나눔의 실천이자 성장하는 자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인성교육이 될 것이다.

최근 헌혈의집은 가족, 지인 등 다양한 계층의 헌혈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편의성을 향상시키는 등 헌혈자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삼산동 헌혈의집은 카페 분위기로 바꿔 헌혈자들로부터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으며, 공업탑 헌혈의집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스터디룸을 갖추고 있다. 성안동 울산혈액원내 헌혈의 집은 전국 최고수준의 쾌적한 환경으로 꾸며져 있고, 성남동 헌혈의집은 올해 12월 확장 이전하여 보다 특색있는 헌혈의 집으로 새롭게 단장할 예정이다.

현재 울산 지역에서는 장기간의 추석 연휴 이후 개천절, 한글날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휴일 탓에 혈액 재고량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8년 10월8일 현재 전국 혈액 재고량은 적절량 5일분에 훨씬 못 미치는 2.8일분 정도에 그치고 있고, 울산 지역에 주로 혈액을 공급하고 있는 울산혈액원의 혈액 재고량 역시 3일분 정도에 그치고 있어 수급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다가오는 주말에는 병상에서 수술 날짜를 기다리는 환자들을 생각하면서 가족, 지인들과 가까운 헌혈의 집에서 생명 나눔의 헌혈에 동참할 것을 간절히 호소해 본다. 워러벨의 확산으로 우리나라가 진정한 인도주의 선진국이 되는데 울산이 앞장서기를 또한 간절히 기대해 본다.

홍두화 대한적십자사 울산혈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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