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300여명에서 2년새 2200여명(추산)으로 급증

대리요청건수는 오히려 30% 정도 줄어 수입도 반토막

# 워라밸 열풍이 일고 있지만 현대중공업 관련 하청업체에서 사무를 보는 김모(44)씨는 하루에 13시간씩 일을 하고 있다. 최근 조선 수주가 다시 늘고 있지만 그럼에도 예전과 같지 않은 경제 상황에 회사가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씨는 퇴근 후 대리운전 기사로 뛰고 있지만 기대했던 것과 달리 벌이가 여의치 않아 고민이 많다.

불황의 그늘에 대리운전 기사 수가 급증하고 있다. 주력 제조업의 침체로 실직자가 늘고 돈벌이가 줄면서 생계형 투잡으로 대리운전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대리운전 요청 건수는 큰 폭으로 줄어 대리운전 기사들의 수입은 크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10일 대리운전 업계와 울산대리운전노조에 따르면 울산 지역 대리운전 기사 수는 올해 하반기 2200여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대리운전노조가 출범한 2016년 당시 대리운전 종사자 수는 약 1300여명으로 추산됐으며 이후 비슷한 선에서 머물러 왔다.

그러나 최근 2년 사이에 지역 대리운전자 수는 2200여명으로 대폭 증가했고, 이중 올해 하반기에만 300여명 가까이 늘어났다.

대리운전 종사자 수의 급증은 어려운 울산 경제 사정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2년 전 전세계적으로 조선업 불황이 몰아쳤을 때 대리운전 업체에 등록한 기사 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최근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공장이 일감 부족으로 문을 닫으며 업체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더욱 몰렸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에는 생계형 투잡 기사의 수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생계형 투잡 기사들은 주로 오후 7시부터 12시까지 5시간 정도를 근무한다.

5년째 대리운전 기사를 하고 있는 임모(55)씨는 “동구 경제가 나빠진 직후에 대리운전 기사가 많이 늘었다. 과거에는 대리운전을 전업으로 하는 기사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투잡을 뛰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게 특이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리운전 요청 건수는 크게 줄어 수입은 급감하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하루에 1만건에 달했던 대리운전 요청 건수가 올해는 30%정도 줄면서 기사들의 수입은 40% 가까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울산대리운전노조 한상욱 지부장은 “대리운전 기사 수가 크게 늘고 요청은 줄어드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기사들끼리 얼마 안 되는 일감을 갈라먹기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업체에서는 대리운전 기사가 늘면 대리운전 연결 수수료와 상관없이 기본 출근료를 그만큼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인원수 제한 없이 등록 신청이 들어오면 전부 등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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