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감독의 PSV 에인트호벤(네덜란드)이 「장대비 혈투」 끝에 올림피크 리옹(프랑스)을 꺾고 「자유의 우승컵」을 높이 치켜들었다.

 에인트호벤은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3피스컵 코리아 결승에서 전반 23분 터진 반 봄멜의 짜릿한 페널티킥 결승골을 끝까지 잘 지켜 리옹을 1-0으로제치고 우승했다.

 2002-2003시즌 네덜란드 리그를 제패한 에인트호벤은 이로써 대회 초대 챔피언에 오르며 200만달러의 우승 상금을 챙겼다.

 2골을 기록하며 소속팀을 정상으로 이끈 박지성은 기자단 투표 결과 대회 골든볼(MVP)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장에서 유명을 달리한 카메룬 출신 옛 동료 마르크 비비앵 푀의 영전에 피스컵을 바치려던 리옹은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50만달러를 준우승 상금을 받았다.

 내내 쏟아지는 비로 그라운드가 논바닥이 됐지만 양팀은 시종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3만3천700여명의 관중들을 매료시켰다.

 프랑스 「아트사커」를 대표하는 리옹의 섬세한 플레이도 흠잡을 데 없었지만 네덜란드 「토털사커」로 무장한 에인트호벤의 공격력은 더욱 강했다.

 용병술의 달인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과 함께 왼쪽 날개를 맡았던 로벤을 투톱에기용하고 왼쪽 수비수인 이영표를 공격에 적극 가담시키는 변형 포백시스템을 꺼내들었다.

 박지성은 최전방과 수비까지 넘나드는 폭넓은 활동반경으로 공격을 주도했고 이영표도 적절한 오버래핑으로 상대 수비부담을 가중시키는 등 「태극전사 듀오」는 제몫을 다했다.

 에인트호벤은 미드필드의 공방속에 탐색전이 이어지던 10분 이후 탄탄한 조직력과 발 앞에 떨어지는 송곳패스로 경기의 주도권을 잡다가 발빠른 로벤이 천금의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에인트호벤은 23분 수비수를 제치면서 상대 진영을 질풍같이 돌파하던 로벤을리옹의 데플랑드르가 손에 밀려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이를 반 봄멜이 침착하게 왼쪽 모서리로 차넣어 기선을 잡았다.

 양팀은 이후 수준높은 경기 속에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였으나 전반에 더이상 골은 터지지 않았다.

 후반은 그야말로 육박전을 연상케 했다.

 비 때문에 경기장 곳곳에 물이 찼고 양팀 선수들은 볼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 채 한데 엉켜 정지된 볼을 다투기 일쑤였다.

 그러나 리옹은 12분 프랑스대표팀 공격수 시드니 고보를 빼고 브라질 출신의 주닝요를 투입하면서 공격에 탄력을 받더니 중반까지 줄기차게 몰아붙였다.

 주닝요는 13분과 14분 잇따라 결정적인 찬스를 내주거나 위협적인 슛을 날려 히딩크 감독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에인트호벤도 그 동안 벤치에서 쉬었던 골잡이 케즈만을 투입, 분위기를 돌리는데는 성공했지만 추가골을 얻지는 못했다.

 한편 이날 승리의 1등 공신인 봄멜은 이번 대회에서 2골.2어시스트의 탁월한 성적을 올려 최다 득점 선수에 주는 골든슈를 차지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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