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고전주의시대 최고의 작곡가로 칭송받는 하이든의 작품에는 교향곡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하이든은 왕성한 작곡활동으로 오라토리오, 현악콰르텟, 합창곡, 협주곡, 목관 콰르텟, 금관 오중주, 미사곡 등 수를 셀 수 없이 많은 곡을 썼다. 대개 유명한 작곡가들이 작곡한 교향곡의 수는 아홉 개를 넘지 않는다. 교향곡 한 곡을 작곡하는데 시간도 오래 소요되고 제 1번부터 시작하여 제 9번을 완성할 때 쯤이면 수명이 다하기도 한다. 연로한 시기에 마지막 교향곡을 완성하기 위하여 너무 큰 심혈을 기울여 죽음에 이른 작곡 역사도 많다. 그리하여 작곡가마다 마지막 교향곡은 미완성곡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하이든이 작곡한 교향곡은 미완성곡까지 더하면 무려 108곡이나 된다. 그러니 하이든을 교향곡의 아버지라 부르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파파 하이든’의 교향곡 중 1791년 런던에서 작곡한 12곡은 그 규모면에서 이제까지의 교향곡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웅장했다. 1761년부터 에스테르하지 궁정에서 30여년 궁정악단 악장을 지내며 17~18명의 단원이 연주하는 실내악 수준의 작품을 발표해오다가 런던 교향곡부터는 단원편성이 급증한 40명 이상, 오늘 날과 같은 60여명으로 편성된 악단이 연주하는 큰 규모의 교향곡을 작곡했다. 새로운 교향곡이 연주될 때마다 런던의 음악청중들은 새로운 충격에 빠져들 만큼 놀라움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특히 하이든 교향곡 작품번호 제 93번부터 104번까지의 런던 교향곡 중 청중들을 가장 놀라게 한 교향곡은 제 94번이다. 94번 교향곡에는 이제까지의 잔잔하고 고요함이 깃들었던 작풍과는 달리 대규모로 늘어난 악기와 연주자들의 특성을 살려 2악장에서 주로 혼자 연주하던 팀파노(두 대 이상 쓰게 되면 팀파니)를 여러대가 연주하게 해서(오늘날에는 당연히 팀파니) 그 소리에 객석의 청중들이 깜짝 놀라는 바람에 ‘놀람 교향곡’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당시 연주 중 졸고 있던 귀부인이 팀파니 소리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다는 일화도 있으니 그야말로 파격적이었던 모양이다. 요즘에도 작곡가들이 가장 효과적이고 강렬한 부분에서는 타악기를 사용하는데 그 빈도수와 악상은 포르테에서 포르티시모를 주로 사용한다. ‘놀람교향곡’의 주인공은 팀파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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