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빙빙 탈세의혹 폭로한
CCTV 앵커 실종설 제기
인권운동가부터 재벌까지
대상 불문 공포정치 논란

중국 톱 여배우 판빙빙(范氷氷)의 탈세를 폭로해 실종설을 불러일으켰던 추이융위안(崔永元) 전 중국중앙(CC)TV 토크쇼 사회자 본인이 실종설에 휘말렸다.

인권운동가, 재벌, 연예인, 관료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적절한 사법절차 없이 실종되는 일이 잇따르면서 중국 당국이 이를 ‘공포정치’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추이융위안은 지난 7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판빙빙이 영화 ‘대폭격’ 등에서 이중계약으로 탈세한 사실을 언급하며 그 배후로 상하이 경제 담당 공안을 지목했다.

추이융위안은 “상해공안국 경제정찰대는 내가 참여한 모든 회사와 나의 이전 비서들까지 조사했다”며 “나는 그것이 모두 ‘대폭격’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이번 사기 건에 연예계의 실력자와 상하이경제정찰대의 경찰이 관여됐기 때문”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상하이 공안에 대해 “이들은 과거 내 앞에서 2만 위안(약 330만원)짜리 술을 마시고, 한 보루에 1000위안(약 16만원)짜리 담배를 피웠으며 수십만 위안의 현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상하이 경찰은 10일 공개성명을 통해 “추이융위안의 주장 이후 그와 접촉하려고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그가 의혹을 제기한 만큼 이 문제를 법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추이융위안의 실종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그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실종설이 제기된 것은 중국 사회에 만연한 ‘실종 공포’가 얼마나 큰지를 느끼게 한다.

최근에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의 첫 중국 출신 총재인 멍훙웨이(孟宏偉)가 일주일 넘게 실종돼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인터폴 본부가 있는 프랑스에 거주하던 멍 전 총재는 지난달 25일 모국으로 출장을 간다며 나간 뒤 연락이 두절됐다. 중국 공안부는 지난 8일에야 그가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 후 대표적 실종 사건은 2015년 7월 9일 인권운동가, 변호사 등 300명 가까운 사람이 무더기로 연행, 실종됐던 ‘709 검거’ 사건을 들 수 있다. 당시 검거된 인권운동가들은 가족과 연락도 끊긴 채 구금과 고문, 허위자백 강요 등에 시달려야 했고, 왕취안장(王全璋) 등 일부 인사는 아직도 연락이 두절된 상태이다.

중국 내에서는 재벌들의 실종도 잇따르고 있다. 100여 개 상장기업의 지분을 보유한 중국 재계의 거물인 밍톈(明天) 그룹 샤오젠화(肖建華) 회장은 지난해 홍콩 호텔에서 휠체어를 타고 머리가 가려진 채 정체불명의 남자들에게 끌려갔다.

제주도의 대규모 복합리조트인 제주신화월드에 투자한 중국 양즈후이(仰智慧) 란딩(藍鼎)국제개발 회장도 지난 8월 캄보디아 프놈펜 국제공항에서 체포된 후 행방이 묘연한 상태이며,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는다는 소문만 돌고 있다.

이런 실종 사건은 중국 사정당국의 ‘쌍규’(雙規) 관행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쌍규는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비리 혐의 당원을 연행해 구금 상태로 조사하는 관행이다. 영장 심사나 구금 기간 제한 등이 보장되지 않아 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홍콩=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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