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환경과 어울리는 건축

▲ 계단식 옥상정원으로 유명한 일본 후쿠오카의 아크로스 빌딩.

친환경 재료 사용
제품 제작부터 탄소배출량 감소시켜야
유해물질 최소화와 재활용 여부도 검토

단열성능 고려
벽면녹화·옥상녹화, 냉난방 비용 줄이고
태양광발전으로 친환경 에너지 생산 가능

건축물의 유지관리
시공·재료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 과정
지속적 유지관리로 에너지 소비 줄여야

“친환경적인 목조 건축물을 짓고 싶습니다. 태양광과 태양열발전 설비도 넣어주시고, 주변 자연환경과 어우러지는 집을 지어주세요.”

얼마 전 만난 건축주의 요구사항이다. 이 건축주는 복잡한 서울 도심 속 아파트에서 한평생 지내다가 한적한 경남 산청에 단독주택을 지어 이주한다. 건축주가 살아갈 곳의 위치는 지리산 끝자락, 대지 주변으로 산이 둘러싸고 있어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건축주는 이런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고 동화되어 살 수 있는 집을 짓고 싶어했다.

사실 주변의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위와 같이 아름다운 주변환경을 가진 대지라면 건축주 뿐만 아니라 의뢰를 받은 건축가 역시 ‘친환경적인 건물’을 짓고 싶어 할 것이다. 여기서 ‘친환경적인 건물’ 또는 건축주가 의뢰한 ‘친환경적인 건축물’은 무엇일까?

▲ 고벽돌로 지은 집.

현대사회는 건강과 웰빙, 에너지절약, 지구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면서 ‘친환경 건축’에 대한 생각과 방법들이 다양해지고 있다.

‘친환경 건축’의 일반적인 정의는 건물을 짓고, 살고 그리고 철거할 때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환경에 피해를 주는 일을 최소화 하도록 계획된 건축물이다. 건축물을 지을 때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고, 건축물을 사용할 때 에너지의 소비가 최소한이 되면서 쾌적하고 건강환 환경을 만들도록 계획하고, 철거를 할 때에도 모든 자재들이 다시 환경으로 돌아갈 수 있는, 다시 말해 에너지의 이용효율과 신·재생에너지의 사용비율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과 건축물에 필요한 에너지 부하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 하는 건축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어려운 이야기다. 좀 더 세부적으로 접근해 보자.

첫번째, ‘친환경적인 재료’에 대해 알아보자.

건축물을 볼 때 처음 접하게 되는 것은 건축물의 외부형태 및 크기, 내부 공간 등이다. 그 중 일반적인 외부형태에서 대표적으로 보여 지는 건축의 마감을 구성하고 있는 재료가 제일 먼저 눈에 띌 것이다. 외부에서 사용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재료’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마 처음 떠오르는 생각들은 자연과 동화될 수 있는 나무, 돌, 흙 등 자연에서 얻어지는 재료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친환경적인 재료는 사실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유해물질이 최소화 되었는지, 제품제작에서 탄소배출량을 감소시켰는지, 재활용이 가능한지 등이다. 하지만 아무리 친환경적인 재료라도 사실상 건축에서 사용된 재료들은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나무는 가공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거의 소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물론, 예외적으로 고벽돌과 같이 재사용이 가능한 재료들이 있기는 하지만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금속 등 재가공하여 사용할 수 있는 재료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자재를 폐기물로 처리해야한다. 이렇듯 건축물의 자재도 미리 검토되어야 한다.

▲ 각 층 테라스마다 식물정원을 갖춘 호주 시드니의 원센트럴파크.

두번째 ‘단열성능’에 따라 생각해보자.

건축주는 항상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집을 원한다. 올 여름에 폭염을 경험하고 겨울에 한파를 걱정한다면 더욱 더 그러하다. 단순히 생각으로 벽의 두께가 점점 더 두꺼워지면 좀 더 따뜻한 집이 될 수 있다. 단열재를 두껍게 하거나 창의 단열 성능을 더 올리는 것이다. 단순히 단열 성능만 높이는 것 보다는 좀 더 친환경적인 방법이 있다. 벽면 녹화와 옥상녹화가 그 것이다. 옥상을 정원으로 만들면 여가를 위한 휴식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텃밭을 만들면 취미로 작물 재배도 가능하다. 건축물의 녹화는 단열의 역할을 하며, 여름철의 뜨거운 햇볕을 막아 최대 15℃정도의 온도를 낮춰주고, 겨울철의 열기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여 냉난방 비용을 감소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단열 성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공 또한 그러하다. 단열재 크기의 증가로 시공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단열이 끊어지는 공간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열이 끊어지면 결로가 발생하여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제까지 건물을 짓고, 사용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화 하는 방법을 검토하였다면 지금부터는 건축물로부터 에너지를 만들어 사용가능한 방법을 모색해보자.

건축물을 이용하여 친환경에너지(신재생에너지)를 만드는 방법은 태양광전지를 이용하여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태양광발전, 태양으로 오는 에너지를 열로 변환하여 건물의 냉난방 및 급탕을 활용하는 태양열발전, 지하의 고온층에서 증기나 열수의 형태로 열을 받아들여 발전하는 지열발전, 바람의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풍력발전 등이 있다.

이 중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태양광발전이다. 태양광 발전은 시설 투자비가 저렴하고 특별한 관리가 필요 없는 것이 장점인데 반해 많은 태양 빛을 받기위해 남향을 바라보아야 하고, 설치되어야 하는 투광판의 필요각도가 생각보다 높아 건물의 입면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건축계획에서 미리 고려되어야 한다.

세번째로는 건축물의 유지관리이다.

최근 기상청 예보 중 눈에 띄는 것이 ‘대기환경 예보’다. 과거에는 날씨 변화 위주의 일기에만 관심을 가지면 되었으나, 지금은 대기환경의 변화로 인한 초미세먼지농도의 악화로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있다. 이렇게 대기 환경에 영향을 끼친 요소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대기오염의 주원인이 자동차나 산업활동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에너지관리청(EIA)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47.6%를 건축물이 소비하고 있고, 전기소비량은 74.9%이며, 건축물의 CO2 배출량은 차량의 34.3%보다 많은 44.6%였다.

특히, 건축물의 에너지 소비량 47.6% 중 건축물 사용 과정에서 소비되는 에너지가 41.7%, 건축 시공이나 재료로 인한 에너지 사용량이 5.9%로 조사되었다(EIA, 2012). 이는 우리가 대기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건축물 계획 설계 당시의 에너지에 대한 관심도와 같이 건축물을 사용하면서 지속적인 건축물의 유지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함께 시사하고 있다.

▲ 조현민 민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2010년 1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 이후 이에 근거해 2012년 2월 ‘녹색건축물 지원 조성법’이 각각 제정했다. 신축 건축물뿐 아니라 기존 건물의 부동산 매매나 임대차 거래 시에도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평가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건축물 에너지 사용의 효율을 관리하는 인증 규정을 마련하여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의 활용을 확대하여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국토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건축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 알고 있는 ‘친환경 건축’을 좀 더 세부적으로 알아보았다. 일상생활에서 다가온 건축주의 친환경적인 건축의 의뢰로 인한 공부였으나, 앞으로 건축계의 동향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서두의 요구사항에서 알 수 있듯이 친환경 건축에 더 가까이 있는 것은 집을 지으려는 건축주가 아닐까? 다만 친환경 건축물에 대한 계획, 검토, 실현은 건축사의 몫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이라 생각한다.

조현민 민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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